이를 위해 윤석열 당선인도 제왕적 대통령제를 버리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자세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대통령실 조직 슬림화, 민정수석실 폐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제도 폐지를 이미 공개적으로 약속한 상황이다. 단기 성과보다 개혁에 방점을 둔 당선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당선인의 의지가 인수위에서도 관철될 수 있느냐에 있다. 당선인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임하는 동기 부여와 후보를 그야말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캠프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 및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슬기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인수위 구성을 세심히 신경 써야 한다.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인수위 멤버로 누가 들어가느냐에 대해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당선인보다 당선인의 측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전화는 인수위 구성 초기부터 그야말로 불이 난다. 최측근이라는 사람들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과 캠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숟가락을 얹기 위해 아우성을 친다.
과거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필자에게 인수위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당선인도 모르는 사이에 초기부터 진행되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해 여러 인사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로 대통령 비서실 입성을 위한 과열 경쟁이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한 치열한 자리다툼은 레드오션을 방불케 한다.
대선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그야말로 어렵게 통과한 당선인은 낮은 자세를 취하지만 그 주변 인물들이 높은 자세를 취하려는 역설은 그래서 벌어진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수석비서관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순간 캠프 및 당 내부에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자리가 줄어들까 걱정하기 시작한다.
인수위 초기 구성부터 당선인이 엄격한 잣대를 통해 측근들의 사리사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당과 야당은 대선 투표에서 나타난 민심의 결과를 토대로 갈라치기보다 통합과 공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인수위 조직 구성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탐욕과 거리가 먼 인수위원 선발에 있다.
자기를 도운 사람만 등용하면 인수위 내부 논의는 확증편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당선인의 정책과 국정 방향성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인수위가 운영되는 두 달뿐이다. 자리를 탐하지 않는 인재,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인재, 다양한 시각과 통합적 안목을 갖출 수 있는 인재와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특정 인물을 선발한다고 해서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당선인과 가까운 특정 인사를 통해 통합, 화합이 상징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형식적 통합보다 실질적인 정책의 통합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당선인은 열린 귀를 갖고 다양한 견해를 경청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과거 정부의 실패를 복기해 보면 인수위 초기부터 수차례 인사 실패가 반복되어 처음부터 지지율을 깎아 먹고 시작한 사례가 많았다. 이번 인수위는 인사검증팀까지 별도로 운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검증보다 중요한 건, 대선 때 당선인을 도운 이들에게 너무 많은 자리를 주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자리는 논공행상의 거래 대상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은 늘 적합한 인재가 없음을 하소연해왔다. 그러나 적합한 인재가 없음을 호소하기에 앞서 정말 폭넓고 공정하게 두루 인재를 살펴봤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인재 선발에 소홀한 순간 측근을 중심으로 한 사리사욕은 항상 그 빈자리를 메운다. 윤석열 당선인은 인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정에 있어서 인사는 정말 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