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세계 물가는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 상승했다. 4%대 상승률은 10년 3개월 만이다. 2월은 전년동월대비 3.7% 1월은 3.6%로 3% 상승률을 이어왔다. 한국은행은 4%대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더욱 극심하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올랐다. 이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상승 폭도 7.9%로 낮지 않았으나 3월 물가 상승률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상승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기획재정부는 경제성장률 2%대 중반, 물가상승률 4%대로 제시한 관계기관 경제전망치를 보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3.1%로 발표했으나 추가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역시 3월이 정점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증권가에서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5~7%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올라갈수록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 있다. 바로 물가연동국채(물가채)다.
원금이 물가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국채를 말하는 물가채는 투자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한다. 따라서 물가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 낮아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22일 물가채 10년물 금리는 연 0.920%를 기록했다. 지난 2월(연 1.280%)보다 0.36% 포인트 떨어졌다. 채권 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 수익률은 올라간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물가채 가격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 연구원은 “3분기 정도까지는 물가채가 명목채(국고채) 대비 초과성과를 내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현재 BEI(Breakeven Inflation, 기대인플레이션율)는 현재의 물가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BEI는 10년물 국고채와 물가채의 금리 차이로 지난 5일 200bp를 넘어섰다. 이는 201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BEI가 200bp를 넘어선 뒤 물가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 연구원은 BEI가 230bp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반면, BEI가 물가상승을 선반영하고 있고, 미국 BEI도 최근 정체 흐름을 보인다는 점을 들어 추가 상승이 쉽지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물가채는 엄연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이므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는 매력적이라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다.
김지만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전망이 강화되고 성장률 전망은 정체되거나 낮아지는 상황이므로 이 같은 국면에서는 물가채가 우수한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물가채에 투자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장내 채권시장을 이용해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또는 장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물가채를 매입하거나 정부가 물가채를 발행할 때 증권사 등을 통해 직접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또는 미국에 상장된 물가채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 해외 물가채에 간접 투자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최대 규모 물가채 ETF인 블랙록 ‘아이셰어즈 물가채 ETF(티커 TIP)’, 찰스슈왑 ‘슈왑 미국 물가채 ETF(티커 SCHP)’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물가채 ETF가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나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국내 최초 물가채 ETF를 발행하기 위해 한국 거래소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목표 시기는 오는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