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누운 자세에서 검사를 통해 요추고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 진단 수술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수술 받는 청소년들의 수술 부담을 낮추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 현승재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요추고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이 진단법을 통한 교정수술 결과의 우수성을 국제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학술지 ‘뉴로스파인(Nuerospine)’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특정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다. 40도에서 50도가 넘으면 자연적인 치료가 어렵고 매년 측만 정도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척추측만증 수술은 변형이 일어난 범위의 척추 마디마다 나사를 삽입한다. 각 나사에 금속봉을 이어 척추가 더 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고, 정상 각도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는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청소년 척추측만증은 대부분이 긴 범위의 척추를 금속봉으로 잇는 장(長)분절 고정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정하는 척추 범위와 마디 수를 줄일 수 있다면 환자의 수술 부담도 줄어들고 평생에 걸쳐 더 나은 일상생활과 스포츠 활동 등을 영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범위 결정과 관련 연구팀은 기존 검사 방식에 누운 상태 검사도 시행했다. 연구팀은 기존 직립 상태 검사 방식에 더해 누운 상태로 검사받고 이를 골격 성장 정도와 측면 변형의 종류, 관절의 유연성과 디스크 퇴행 정도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 척추 분절(마디) 하나 혹은 두개를 적게 고정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을 고안했다.
우리 몸의 척추는 직립 시 중력에 의한 하중을 받게 된다. 등을 바닥에 반듯하게 대고 누운 자세에서는 하중 부담이 적어지며 척추 배열이 완화된다. 연구팀은 “이렇게 누운 상태에서 영상 검사를 시행하면 수술 최하단부를 설정하는 신체의 중심선(천골부터 시작되는 중앙선)과 만나게 되는 마디가 한두 개 위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기존 방식보다 수술 범위를 한두 마디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그림 참조)
이와 관련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는 청소년 특발성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은 환자 57명의 데이터를 장기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고안한 방식으로 한두 마디 범위를 줄여 수술받은 환자군과 기존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한 환자군의 수술 후 6개월, 1년, 2년 예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적은 수술 범위로도 동등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측만증학회-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합동 콘퍼런스에서 발표됐으며, 학계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연구팀은 향후 척추측만증의 최적 수술 범위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승재 교수는 “연구를 통해 직립 시와 누운 상태에서의 척추 유연성 등을 면밀히 분석할 시 많은 경우에서 요추 운동 분절의 고정을 최소화하면서도 성공적으로 수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교수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수술받는 환아들이 수술 후 남은 평생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정 범위를 한 마디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로, 수술 후 일상생활과 스포츠 활동 등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