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로 경찰의 수사권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는 방안이다. 선거범죄나 대형참사 사건 등 나머지 범죄 유형은 상당수가 경찰로 수사 권한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한 사건,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그만큼 검찰의 보완 수사 재량과 경찰 견제 권한이 축소돼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 처리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중재안에는 경찰 권력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지만 그 취지대로 입법이 된다면, 경찰의 수사 범위와 재량이 전례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경찰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년 안에 설치될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중수청에 그 기능을 넘겨줘야 하는데 중수청 설치가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중수청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어느 부처 산하에 둘지도 관심사다.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둔다면 경찰청 소속으로 이제 출범 1년을 겨우 넘긴 국가수사본부와의 관계 설정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수청 설치 문제가 난항에 빠지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중수청 설치가 어려워질 경우 각 지검에서 부패·경제 사건에 한해 인지수사를 하고 나머지는 경찰의 1차 수사 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중재안에 나온 검찰의 보완수사 요건인 ‘동일성·단일성’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검찰이 이른바 ‘별건수사’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붙인 단서이지만 동일성·단일성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예외를 둔다면 무엇을 둬야 할지 등에 관한 입법적 보완 없이는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 부족을 호소해온 경찰 일선에서는 수사량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미 일선에서는 수사부서 탈출 현상도 생겨난 지 오래다. 또 최소한의 법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현장에 배치돼야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