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파워테크닉스 매각, 손실 고리 끊은 것… 자금 확보로 성장 발판 마련"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 예스티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장동복 대표와 함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는 관계사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각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조치다. 동시에 회사가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로도 해석된다.
장동복 대표와 특수 관계인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 대표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비상장법인 예스는 전날 장내매수를 통해 예스티 주식 5만5000주를 사들였다. 이 회사의 예스티 보유주식 수는 13만4000주에서 18만9000주로 늘었다. 장 대표 본인도 자사주를 매입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 9만5710주를 매입했다.
장 대표는 예스티를 통해서도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예스티는 전날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NH투자증권과 50억 원어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예스티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관계사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각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예스티는 지난달 26일 SiC전력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예스파워테크닉스 지분을 198억 원에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시 다음날인 27일 주가는 29.61%(3050원) 하락해 '하한가'를 기록했다.
동시에 관련 업계에선 예스티의 자사주 매입에 신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스티가 예스파워테크닉스 처분에 대해 "지분 매각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수소사업 및 자율주행차 향 글라스렌즈 등 타 사업의 운영으로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준비, 올해 초 진출을 선언한 그린수소 사업은 예스티가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분야 중 하나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를 분해해 생산하는 수전해수소를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무해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린수소 사업에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인 수전해(Electrolysis) 기술이 핵심이다. 기술 확보를 위해 예스티는 지난해 6월 차세대 수전해 기술인 음이온교환막(AEM)방식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독일 인앱터(Enapter)사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향후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예스티는 올 상반기 내 경기도 이천시에 AEM수전해를 이용한 에너지 자립건물을 건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변 장치의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비구면 글라스렌즈 사업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예스티는 지난해 77억 원을 투자해 예스옵티컬테크놀러지(구 제이티웨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광학 렌즈 및 광학 모듈 제조업체로 국내 최초 직경 1mm 크기의 비구면 글라스 렌즈 양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한편, 장 대표는 주주에게 예스티의 이번 예스파워테크닉스 매각이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분명히 했다. 장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성장 동력을 상실한 것을 부정할 수 없으나 향후 3년간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고리를 끊었고, 현금 유동성이 개선됐다"며 "매각 자금을 그린수소 사업과 비구면 글라스렌즈 사업, 다이아몬드 휠 사업 활성화 등에 투자해 또다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사의 매각결정은 눈앞의 이익보다 예스티의 중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