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부가 설립을 밝힌 가칭 ‘타이완 메모리’에 일본의 엘피다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합류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정부는 지난 5일 공식브리핑을 통해 파워칩, 프로모스, 렉스칩, 난야테크놀로지, 이노테라메모리, 윈본드일렉트로닉스 등 6개 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통합한 반도체 회사 설립계획을 밝혔다. 대만 정부가 40% 수준의 지분을 투자하는 등 정부 주도의 통합 반도체 회사를 6개월 안에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대만정부는 일본의 엘피다와 미국의 마이크론을 타이완 메모리에 합류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6개사가 통합되면 산술적으로는 12%의 시장점유율을 갖는 메모리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삼성전자(30.3%), 하이닉스(19.3%), 엘피다(15.3%)에 이은 규모를 갖게 되는 셈이다.
타이완 메모리의 설립은 경기불황 속에 자체 생존마저 어려워진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대만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 회생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포괄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과 재편과정에서 약한 고리였던 대만 업체들이 떨어져 나가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타이완 메모리가 설립되더라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이 많다.
대만 업체들의 통합 이후에는 현금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감산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의 수급상황 개선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KB투자증권 안성호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감산에 따른 가격안정화, 중장기적으로는 1강 2중 체제 전환에 따른 과잉투자 억제로 메모리 사이클의 오르내림이 완만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이완 메모리에 엘피다와 마이크론까지 합류하게 되면 40%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갖는 공룡이 탄생하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제친다고 해서 기술에서 앞서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반드시 악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대만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통합된 회사의 양산능력이 크게 개선되면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 한국 외 국가 대결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활동 폭을 제한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만의 통합 메모리 업체에 엘피다와 마이크론이 실제로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대만정부는 “엘피다와 마이크론의 참여 여부는 3개월 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성호 수석연구원은 “상상 가능한 모든 방안이 모두 언급되는 구조재편”이라면서도 “기술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업체간 실질적 통합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