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배 대표가 2020년 하반기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지난해 매출액이 34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31.54%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78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업손실도 10억 원으로, 전년 47억 원 대비 적자 폭을 축소했다.
재무 상황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1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4.19% 성장했다.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만 322억 원이며 기발행한 전환사채(CB) 외에 특별한 차입금도 없다.
올해 초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마이네임’이 넷플릭스 전 세계 인기 순위 4위까지 오르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마이네임은 배우 한소희가 주연을 맡은 액션스릴러 드라마로, 조직폭력배에게 아버지를 잃은 딸의 복수극을 그렸다. 이 드라마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설립 후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드라마다.
속앓이도 있었다. 드라마 제작은 해당 사업부뿐만 아니라 재무팀, 경영지원팀, 마케팅팀 등 회사의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부서 간 조율 과정을 거쳐 실제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모든 직원이 열정을 쏟았다. 제작 시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일 때라 더욱 손이 많이 갔다. 촬영 대부분이 부산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드라마 사업부가 계속 서울과 부산을 오갔다.
“저희는 매니지먼트 회사로만 알려졌어요. 첫 드라마가 어설프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모두가 신경을 더 썼죠. 모든 제작사가 그렇겠지만, 정말 꼼꼼히 만들었어요. 회사가 새로운 영역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보니 피로도가 더 컸죠.”
회계적인 부분도 고민이 있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2020년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했다. 당시 이 회사는 자회사로 영화 ‘승리호’ 제작사인 메리크리스마스, 특수 효과 회사인 매드맨포스트, 투자사인 화이인베스트먼트, 홈쇼핑 유통 회사인 뷰티풀마인트코리아 등이 있었다.
배 대표는 이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다수의 자산도 비용으로 처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재무 건전성 제고 목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들이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네임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2년이 넘는 제작 기간에 비용만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마이네임이 소위 ‘대박’을 친 덕분에 다양한 IP(지적재산권) 관련 제작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글로벌 OTT업체와 차기작 드라마에 대한 논의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익숙한 매니지먼트’ 회사를 넘어 드라마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확보한 것이다.
“마이네임이 성공했다고 확신했던 것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이어졌을 때였습니다. 지인들이 재미있다고, 잘 봤다고 연락이 많이 왔죠. 이후 실제로 IP를 가진 회사들로부터 제작 제안이나 파트너십 제안이 꽤 많았습니다. 회사가 좀 제작 쪽으로도 인정을 많이 받게 됐다고 느꼈죠.”
지난해 11월 단독 배급하는 영화 ‘강릉’도 의미가 있다. 회사 단독으로 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역량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릉은 배우 유오성과 장혁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조직이 품은 야망과 음모에서 비롯된 배신을 그렸다. 강릉은 당시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영화관이 문을 열고 처음 개봉한 영화라 주목을 받았다.
배 대표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 합류하기 전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 수입사업을 했다. 중국 유학 생활 중 한국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실감해 지인들과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같은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지만, 엔터테인먼트 대표 자리는 쉽지 않았다. 사업 구조가 복잡했고 업종 특성도 일반적인 회사와 달랐다. 배 대표는 경험 많은 실무진이 힘이 됐다고 했다. 이들 덕분에 대표이사로서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2005년 심엔터테인먼트로 설립돼 2020년 현재의 사명이 됐다. 소속 배우는 총 57명이다. 주요 사업은 △매니지먼트 사업 △영화사업 △드라마사업 △영화 투자배급사업 등이다. 이 중 드라마와 영화 배급은 지난해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부가 판권사업과 광고 외주제작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신사업들이 순항한 덕분이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으로 배우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기존 업무는 크게 건들 것이 없었어요. 업계에서 유명한 회사답게 유능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신사업이나 사업구조 등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쭉 성장할 회사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설립 후 2016년 4월부터 약 5년 동안 3번의 최대주주 변경이 있었지만, 직원 수는 2015년 말 기준 26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79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핵심인력 이탈 없이 성장을 지속했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지난해 초록뱀미디어를 중심으로 결성된 ‘크리에이터 얼라이언스(창작자 동맹)’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는 단순히 제작 공급하던 콘텐츠 제작사들이 자기 브랜드를 만들자는 취지다. 해당 발족식에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비롯해 초록뱀미디어, 씨투미디어, 오로라미디어, 빅토리콘텐츠, 지담, 디케이이앤엠, 아이에이치큐, 김종학 프로덕션 등이 모였다.
배 대표는 최대주주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매각을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체질개선이 완료됐고 재무구조도 개선된 만큼 매력적인 회사라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삼정회계법인(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네이버, CJ ENM, SK텔레콤, 카카오M, 하이브, 넷마블, 쿠팡, 야놀자 등 인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솔직히 (매각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오랜 시간 대표직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무척 격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회사에 애정도 있습니다. 다만 제 감상과 별개로 (인수하기) 매력적인 회사이기 때문에 (매각이) 순항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인수하든 회사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