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으로 세상 읽기] 스포츠와 정치, 구단 운영과 국정 운영

입력 2022-05-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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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지난주 NC 다이노스 야구단의 감독이 해임됐다.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문제 등이 도화선이 되어 결국 옷을 벗게 된 것이다. 2020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을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이 맞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지난 시즌부터 상당 기간 감독 경질을 요구했던 팬들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도 인사 문제로 한참 시끄러웠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후보자 중 일부는 후보 자리에서 사퇴했으며,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국무회의가 열리는 시점까지도 총리 인준과 장관 임명이 완료되지 못하였다. 한편에서는 국정을 방해하기 위하여 트집을 잡고 있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고 검증되지 못한 자를 임명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한다.

스포츠와 정치, 구단 운영과 국정 운영에서의 이러한 논란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해임과 사퇴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운영의 당사자들과 대중의 판단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차이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로 정보의 비대칭을 들 수 있다. 야구팀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정도와 잠재력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있는 반면, 팬들은 경기에서 드러나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준비·연습 기간에 있었던 일이나, 구단과 선수 간의 합의 사항 등에 대하여 자세히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많은 경우, 대통령은 각료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에, 그들의 능력과 잠재력뿐만 아니라 범죄이력,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반면 대중은 임명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청문회 및 기자회견에서 언급되는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하여 전달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두 번째 이유는 목적함수의 차이이다. 구단은 시즌 최종 성적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긴 시즌을 운영해 나간다. 때문에 부진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에게 체력 안배를 위한 휴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반면 팬들은 특정 경기의 결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한 경기의 승리를 위해 좋은 선수만을 기용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국정 운영자의 목표도 상대적으로 장기적이어서, 임기 동안 운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반면 대중은 ‘각료의 임명’이라는 사건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그들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근거로 하는 자격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이유로 누군가는 정치인과 대중의 차이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대중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팬들을 무시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구단이 발전해 나갈 수 없는 것처럼, 대중을 무시하고 의견 수렴에 인색한 정치인은 지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장기적으로 아무리 그럴듯하게 국정 운영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를 선택했다 할지라도, 그 후보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이 불법과 편법으로 가득 찬 인생을 보낸 사람이었다면,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그 선택을 재고해 보아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동시에 아무리 ‘옳은’ 법의 제정이라 할지라도, 대중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했다면, 그 법의 제정을 보류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정보가 부족한 아마추어의 단기적인 판단으로 읽힐 수 있는 대중의 비판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도덕적인 기준을 바로 세우는 초석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 개인은 민주주의 사회 속 주권을 가진 주체이므로, 정치인으로서 아마추어이기를 거부해야 한다. 대중이 정보의 부족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관점을 고민하여, 다양한 방식으로의 의사표현을 통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구단이 팬들의 눈치를 보듯, 정치인들이 대중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갈 수 있게 하려면, 대중이 정치의 전문가가 되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곧 지방선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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