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주식 종목당 1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주식보유자 외에는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방안이 과세의 원칙에 맞지 않을뿐더러 기존 세수 대비 50%까지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최근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 축소 정책에 대한 평가' 브리핑을 통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개별 주식 100억 원 이상 보유자에게만 과세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는 수십 년 동안 주식양도세 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해온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 원 또는 일정 지분율(1∼4%)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세를 내게 돼 있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대주주·코스피) 기준은 2000년 지분율 3% 혹은 100억 원 이상에서 2016년 지분율 1% 혹은 25억 원 이상으로 확대됐고, 2020년 현재의 기준에 이르렀다. 애초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는 2023년부터는 대주주 범위에 상관없이 5000만 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얻은 투자자는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과제는 개별 종목의 주식을 1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체계 조정은 세법 개정 사안이어서 올해 하반기 소득세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을 축소할 경우 기존 세수 대비 절반 수준으로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4년 동안 양도차익 100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대상의 양도소득세를 제외할 경우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50.7%인 약 2조5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2023년 시행이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로 발생하게 되는 세수 증가분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100억 원 미만의 주식양도세 면제가 조세 원칙에 맞지 않고, 실익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이 양도소득세를 일정 지분 혹은 일정 금액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과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도 극히 일부의 자산가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상장주식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대주주'는 통상적으로 '개미'로 지칭되는 대부분 개인투자자와 구분되는 고자산가"라며 "결국 개인투자자 중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비율은 0.13~0.3%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축소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며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