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법에 따르면 상표에 지역의 명칭이 포함된 경우 지역의 명칭이 특정 상품의 산지에 해당하거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오랜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획득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등록이 허용된다.
산동사는 중국 산둥성 연태시를 소재지로 하며, 2003년부터 국내 무역업체 B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한국에 연태고량주를 판매해 왔다. 매출이 점점 커지고 연태고량주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자 산동사는 2018년 5월 ‘연태고량’ 명칭에 대해 상표출원을 하고, B사와 상표에 대한 독점사용권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연태고량주의 인기가 늘어나자 A사를 포함한 많은 무역업체들이 중국의 다른 제조사들로부터 백주를 수입하여 국내에 ‘연태고량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유사 상표들이 출원되었다. A사도 산동사보다 4개월 늦은 2018년 9월에 ‘고량’의 한자 표기를 일부 다르게 한 ‘연태고량주’ 명칭에 대해 상표출원을 하였다.
산동사의 상표출원은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여 식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었지만, 거절결정불복심판 단계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 주장이 인정되어 2020년 10월 등록되었다. 이에 A사는 2021년 4월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제기하였고, 2021년 10월 기각되었다. A사는 재차 불복하여 2021년 11월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이달 6월 16일에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현재 A사의 등록된 상표권에 대한 산동사의 무효심판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다른 결과에 비추어보면 A사의 상표권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A사를 포함한 다른 무역업체들은 중국 백주에 ‘연태고량주’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별도의 상표를 부착해서 판매하여야 한다.
연태고량주 관련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B사는 자신이 판매하는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연태고량주 병 모양을 모방하여 판매한 유통업체를 상태로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2019년 5월 승소한 바 있다. 술병 모양의 주지성이 인정된 것이다.
고량주를 마실 기회가 되면 술병 모양과 상표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태영 엘앤비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