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하는 26세 여성 대니. 그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그러나 비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자폐인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사업체를 운영할 정도로 유능한 그녀는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문제가 없고, 외모도 잘 가꾼다.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대니는 원하는 이상형이 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인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 대니는 소개팅 상대로 나온 솔로몬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고백한다. 처음 만난 날 키스를 한 두 사람은 데이트를 이어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대니는 경제적인 조건을 갖추고, 자신처럼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과 더 맞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솔로몬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또 다시 소개팅에 나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이다.
최근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영우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을 품는다. 자폐인도 사랑할 수 있을까.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라는 뜻처럼, 자폐는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사랑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의 연애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큐에는 이들을 돕는 연애 코칭 전문가 제니퍼도 등장한다. 그녀는 출연자들에게 데이트에서 상대방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준다.
우영우를 통해 자폐증의 실제 명칭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사실이 대중에 알려졌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을 본다면 왜 ‘스펙트럼’이라는 용어가 붙었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출연자들은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졌지만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고, 대니처럼 고기능 자폐 장애를 가진 이도 있다. 심지어 출연자들의 연애를 코칭하는 제니퍼 또한 사실 자폐를 앓고 있는데, 출연자들의 부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편에서는 두 커플이 탄생했고, 호주편에서는 한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도 사랑할 수 있냐고? 어쩌면 조건을 우선으로 따지는 비장애인들의 사랑보다 이들의 사랑이 더욱 순수하고 열정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