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대비 경유가 100원 더 비싸
국제 수급 불균형 탓에 경유가 상승
하반기 난방수요 탓 경유 더 오를 듯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장기화 중인 가운데 올 하반기에도 이런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반구가 겨울을 맞으면서 난방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하루 전보다 0.19원 하락한 리터(ℓ)당 1742.32원, 경유는 0.24원 오른 ℓ당 1850.54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역전 현상’은 지난 5월 11일 처음 시작했다. 이후 휘발윳값과 엎치락뒤치락 반복했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는 점점 차이가 벌어져 경유 단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휘발유보다 100원가량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경유와 달리 휘발유 가격은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43원으로 두 달 전 가격(ℓ당 2137원)에 비해 18% 하락했다.
경유는 국제유가 하락과 연이은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처럼 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그 대체재로 경유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 제품 가격도 휘발유는 8월 22~30일까지 배럴당 전주 대비 1.87달러 떨어졌으나 경유 가격은 오히려 1.35달러 올랐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휘발유에 비해 덜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3차례에 걸쳐 유류세를 37%까지 확대했다. 다만 휘발유에 매기는 세금이 경유보다 많은 만큼 사실상 휘발윳값의 인하 효과가 더 크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로 휘발유는 ℓ당 약 304원, 경유는 약 212원의 할인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저렴한 경유’라는 장점이 없어지면서 경유차의 등록 대수도 감소 중이다. 이날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8월 경유차 등록 대수는 2만7273대로 전월 대비 14% 줄었다. 올해 신규 등록 대수도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차에 밀렸다.
하반기에도 경유 가격은 쉽사리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집중된 북반구가 겨울철을 맞기 때문이다. 계절적 특성 탓에 난방 수요와 발전용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유 수요가 더 늘어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럽 지역 수급난에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경유 가격이 쉽게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가동률을 끌어올려 경유 생산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높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