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틈새책방 이민선 대표는 “일주일 동안 2~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며 바빠진 일상을 전했다. 피곤하지만 달뜬 얼굴이었다. 이날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 구성과 제작에 공동 참여한 홍성광 편집장도 함께해 시리즈 기획 배경과 흥미로운 출간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2019년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와 2022년 ‘지극히 사적인 네팔’,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세 권이다. 이 기획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책은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와 2017년 출간한 ‘이탈리아의 사생활’이다. 이후 한국에서 16년간 생활한 덴마크 작가 에밀 라우센과 함께 ‘상상 속의 덴마크’를 펴냈다.
역사학과를 졸업한 두 사람은 “다른 사회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기에”(이민선), “국내에 친숙한 외국인이 자기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동네 형이나 친구가 들려주듯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홍성광) 책을 구상했다. 한 달에 가까운 이탈리아 여름휴가 문화 바칸체(Vacanze), 결혼하지 않은 시민간의 결합을 인정하는 프랑스 제도 팍스(PACS), 네팔에서 공식 인사로 쓰이는 나마스떼(Namaste)의 진의 등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한국 ‘말’은 잘해도 한국어 ‘문장’을 완벽히 쓰기는 어려운 외국 출신 저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한국어 작가도 함께 작업했다. 이 대표와 홍 편집장이 인터뷰에 배석해 저자, 작가와 함께 책에 담길 내용을 다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홍 편집장은 “인터뷰 한 번에 3~4시간씩, 책 당 10~15회 정도 인터뷰했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지닌 해당 국가에 대한 편견을 묻고 그걸 해소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저자들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주제를 점차 다뤄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책의 2장 ‘붉은 제국, 그 이후’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우리 관심사가 많이 투영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를 혐오하는 러시아식 민주주의’, ‘ ’독재자’ 푸틴이 인기 있는 이유’ 등의 대목은 납득하기 어려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사회의 맥락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 대표는 “사회주의 국가가 망한 뒤 일반인의 삶이 궁금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고르바초프 이후 찾아온) ‘혼란’이 무척 중요한 키워드더라. 그게 푸틴을 지지하는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홍 편집장은 “2016년 처음 책을 기획할 때만 해도 한국은 선진국의 문턱에 약간 걸려 있는 입장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래서 아직 해외에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고,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서 우리의 다음 ‘롤 모델’이 어딘지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팬데믹은 그의 생각을 바꿨다. 각국 정부의 혼란한 대처를 지켜봤고 “한국은 더이상 롤모델을 찾을 만한 국가가 아닌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여겼다. 때문에 2022년 출간된 ‘지극히 사적인 네팔’과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는 “세계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더 집중했다고 한다. 덕분에 “문화나 토양에 따라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
다음 작품 ‘지극히 사적인 이란’은 현재 저자 섭외 중이다. 홍 편집장은 "각국의 문화 차이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책의 재미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