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최근 일본 측과 회담을 잇달아 벌였던 이들이다. 이 같은 각급 회담이 잇달아 열렸음에도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진척이 없다.
28일 한 총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 참석 차 방일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면담했다. 한일관계 회복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선 자세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면담 뒤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비롯해 한일관계 개선 방안 논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총리 간 회담이기에 강제징용 해법 관련 구체적인 얘기까지 오가지는 않았다”며 “다만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양측 간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총리 회담’이기 때문에 강제징용 문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윤 대통령과 박 장관도 회담을 가졌다는 점에서 ‘빈 손’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의 20~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박 장관은 한일외교장관회담을, 윤 대통령은 약식정상회담을 벌인 바 있다.
외교장관회담은 박 장관이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민관협의체 의견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고, 약식정상회담은 용산 대통령실의 표현을 빌리면 ‘한일관계 개선의 첫걸음’이라 강제징용과 같은 구체적인 현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결국 며칠 사이 장관부터 총리, 대통령까지 각급에서 일본 측과 회담을 가졌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전무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양국 기업이 재원을 마련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위변제를 하자는 입장이 모아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등으로 배상 의무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시작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이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모두 지지율이 저조해 한일관계 경색을 풀 여력이 없는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자의 국민여론에 민감한 상태라 반발을 감수하고 한일관계를 풀어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일관계는 이렇게 한 술에 배부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퇴조했다"며 "그래서 일본 내 여론과 우리 국민 여론을 잘 살펴 무리 없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