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최근 10년간 395조 원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말 폐지 예정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를 재설계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012년 630조 원에서 2021년 1025조 원으로 10년 새 395조 원 늘어났다. 상위 10대 기업은 같은 기간 260조 원에서 448조 원으로 늘었다.
전체 외감기업 기준으로는 사내유보금이 2012년에서 2021년 새 1233조 원에서 2453조 원으로 2배 증가했다. 외감기업이란 외부 기관에서 기업회계의 적정 여부를 평가받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 증가율은 연평균 매출액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전체 외감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매년 7.9%, 10대 기업은 6.3%, 100대 기업은 5.5% 증가할 동안 매출액은 각각 4.4%, 1.6%, 2.3% 느는 데 그쳤다.
매출액에서 사내유보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 외감기업은 16.4%포인트(p), 10대 기업 26.7%p, 100대 기업은 15.3%p 늘었다.
기업들은 경제적 위험성이 클수록 수익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으면 국가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고 2018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이름을 바꿔 제도를 개편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는 자기자본 500억 원을 초과하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을 대상으로 미환류소득(사내유보소득)에 20%를 과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소득을 투자확대, 임금상승, 상생협력 등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세제개편안에 따라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홍 의원은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있든 없든 사내유보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증가세는 변치 않을 것”이라며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 세제를 폐지할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기업투자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