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대 AS처리하기엔 역부족
"수리받기 힘들다" 고객들 불만
수입 자동차가 국산 자동차와의 경쟁을 힘겹게 벌이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수입차 업계는 상품성만 내세워 차를 판매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국산차의 질적 성장과 국산 고급차 브랜드의 약진에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는 그동안 고객 불만이 많았던 서비스망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통합 서비스망 구축이다. 이름 그대로 2개 또는 3개의 수입차 브랜드가 하나의 서비스 센터에서 점검과 수리를 받는 형태다.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입차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서비스망 구축이 판매 규모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기 점검과 소모품 교체를 위해 한 달 넘게 대기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왕왕 일어났다. 서비스 만족도를 위해 1대당 서비스 시간이 국산차보다 길다 보니 고객의 대기 순번은 더 길어지게 됐다.
외주를 맡기기도 어려웠다. 수입차는 출발부터 국산차와 차별화한 제품 경쟁력과 서비스 만족도를 내세웠다.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식딜러사의 공식 서비스센터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전국 수입차 서비스망은 951곳이다. 전체 자동차 보급 대수 2300만 대(2022년 상반기 기준) 가운데 300만 대 넘는 수입차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이처럼 서비스망 구축에 대한 수입차 고객의 불만이 증가하면서 해당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서비스망 한 곳에서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를 수리하는 이른바 ‘통합 서비스 거점’이다.
그동안 서비스망을 촘촘하게 구성하기 어려운 지방에서는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수입차 업계가 인증한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고객 불만만 커졌다. 결국 해답은 수입차 업계에서 공식 딜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가 서비스망의 효율화를 위해 거점을 통합할 수 있는 주도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고객 만족ㆍ딜러사 효율 '두토끼'
그외 다른 브랜드 통합도 검토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 중인 대형 딜러사가 이 같은 서비스망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KCC오토)와 포르쉐(아우토슈타트)·재규어&랜드로버(KCC오토모빌)·스탤란티스(KCC네트웍스)·혼다(KCC모터스) 등의 공식 판매회사인 KCC오토그룹이 대표적이다.
KCC오토그룹은 최근 서울 서초지역의 푸조와 크라이슬러(지프) 서비스망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한 곳의 서비스센터에서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에 대한 정비·수리 서비스를 선보이지만, 건물만 동일할 뿐 각 층에 각각의 브랜드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방식이다. 이것만으로도 딜러사의 서비스 운영 효율성이 개선되고, 딜러사의 자생력도 강해질 수 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KCC오토그룹은 이를 시작으로 다른 브랜드의 통합에 대한 사업 타당성 검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KCC오토그룹을 비롯해 메가 딜러 형태를 추진 중인 딜러사들이 통합 서비스망 구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 왔고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됐다”며 “고객과 딜러사 모두 긍정적인 만큼, 인하우스(수입차 한국법인)만 오케이(OK) 하면 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KCC오토그룹 관계자도 “수입차 시장이 연간 30만 대 판매와 점유율 20%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한 곳의 서비스센터에서 두 가지 브랜드를 서비스하면 각각의 브랜드 고객에 대한 만족도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