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은 12일 최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낮아졌다며 이는 차주의 신용위험을 반영하기보다 '패스트 트랙', 보증 확대 등과 같은 정부 정책에 기인하는 만큼 정부가 대출자원의 쏠림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들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 대출 금리보다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로 인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기존의 인식과 상충되는 기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지난 2005년~2008년에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 대출 금리를 0.52%~0.64%포인트 정도 상회했는데, 유동성 공급 확대로 금리가 하락 추세로 전환한 지난 1월부터는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 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는 최근 기업의 연체율, 신용위험지수, 회사채 시장 상황 등의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다 낮아져 발생하는 금리 역전 현상은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자금 사정과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9년 1~2월중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6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동기간 '패스트 트랙'을 통한 지원금과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금액은 각각 4조9000억원, 5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위험에 대한 위험프리미엄은 부도 확률에 비례하고 부도 자산의 회수율에는 반비례하는데, 특히 전액보증을 받은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부도확률과 무관하게 부도시 전액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낮게 책정할 유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 연구위원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에 따른 각종 모럴헤저드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쏠림현상 등에 따른 시장실패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시장은 예대율 부담 등으로 대출자원이 한정된 일종의 '제로섬'상황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가계로의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