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대규모 파생상품거래 손실을 기록했다. 연말 들어 유가와 달러화 진정세로 한숨은 돌렸지만, 내년에 다시 변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LS엠트론, 롯데손해보험, LS일렉트릭, TCC스틸, LIG넥스원, 현대일렉트릭 등은 3분기 파생상품거래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기업의 3분기 누적 기준 파생상품거래손실액은 2780억 원에 달했다.
LS일렉트릭은 3분기 누적 기준 파생상품 손실금액만 1108억 원에 이르렀다. 이미 확정된 손익을 말하는 파생상품 거래손실액 664억 원에 평가상 손익으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가손실 530억 원이 더해진 규모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지만, 영업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다.
LS엠트론(-537억 원), 현대일렉트릭(-396억 원), 롯데손해보험(-329억 원), LIG넥스원(-274억 원), TCC스틸(-145억 원) 등이 통화선도 및 선물거래로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발생했다.
상장사들은 환율 및 원자재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고자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지만, 환율급등과 원자재 가격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초 1190원으로 출발했던 원·달러 환율은 3분기 들어 연중 최고점인 1450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1월 이후 급격히 하락, 최근 들어선 1300원 아래로 내려오며 극심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3월 배럴당 123달러에 달했다가 연말 70달러대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변동성 심화로 선물거래에서 2분기 누적기준 1459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내년 상황도 쉽지 않다.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쟁 리스크, 미·중 갈등 등 거시경제 이슈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올해 변동성이 컸던 원·달러 환율은 유럽 금리, 엔화 방향, 중국 경제 회복세 등 여러 변수의 불확실성 속에 내년 4분기까지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갈 전망이다.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 혹은 과도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재차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킹달러 현상이 부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재 가격 역시 경제안보와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반적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가격 강세 기조는 원자재 시장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LG경영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흐름을 반영해 상고하저의 강세 흐름을 따르겠지만,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감소세가 연중 지속하고, 원자재 등 수입단가 하락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1100원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