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다 적발된 응시생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운전면허 시험을 가벼운 시험으로 인식하고 각종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혜림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올해 1월 21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이륜자동차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시험 문제 관련 내용을 검색하다 적발됐고, 운전면허시험 감독에 관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다.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행위자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을 오인ㆍ착각하게 해 잘못된 처분을 내렸다면 죄가 성립된다.
올해 3월에는 위조된 자국 자동차 운전면허로 국내에서 외국인 면허를 발급받도록 도운 러시아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B 씨는 2020년 9월 러시아 교통관리청이 발급한 것처럼 운전면허를 위조ㆍ제작한 뒤 다른 러시아인이 부산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외국인 면허를 받도록 도왔다. B 씨는 사문서위조ㆍ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개월에 처했다. 같은 수법으로 러시아 운전면허증을 위조ㆍ제작해 대한민국 운전면허를 불법 취득한 러시아인 2명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방법으로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대한민국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고, 부정하게 발급된 운전면허증의 사용에 따른 도로교통상 위험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면허가 필요한 사람만 범죄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관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인천시 남동구 인천운전면허시험장 시험관이던 C 씨는 지인에게 "기능시험을 보지 않고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2015년 3월, 1종 특수구난 운전면허기능시험과 1종 특수대형견인(트레일러) 운전면허 기능시험에 응시한 지인을 대신해 코스 안전요원을 지인 차량에 탑승시켰고 시험 점수 100점을 받은 것으로 전산에 허위 입력해 담당자에게 전송했다. 결국 C 씨와 지인 모두 위작 공전자기록 등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운전면허 시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전문직 자격시험처럼 큰 시험이 아니라서 응시생들이 커닝이나 스마트 기기 사용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며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