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에 관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연구는 하버드대학교의 라즈 체티(Raj Chett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회 불평등에 주목하고 있는데 자녀 세대에 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 즉 그들이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소득 등 인생의 여러 성과들을 부모 세대들에 비해 얼마나 성취하고 있는지를 측정했다. 이를 위해 부모의 세금 및 연말정산 자료와 자녀 세대의 교육성과 자료 등을 결합한 데이터를 이용해 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분석한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 과거와 같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지를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보는 것인데, 그들은 이를 통해 소득 불평등이나 교육제도 등에 대한 여러 정책적 함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 세대의 소득, 즉 세대 간 소득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사회과학에서 주로 이용하는 서베이 자료가 아닌 세금 등의 방대한 행정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평등을 조사할 때 중요한 가계조사 데이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거의 모집단에 가까운 사람들을 포괄하는 행정자료의 이용은 연구의 과학성과 객관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있다.
위의 두 예에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주목할 것은 바로 데이터이다. 사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나 행정 혹은 정책의 문제는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었고, 또한 이런 노력들이 공공데이터의 개방, 활용의 확대로 이어져 왔다. 법률적 뒷받침도 있어 2020년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도 하였다. 이는 정부의 공공데이터가 고품질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연결되도록 한 것으로, 이후 데이터기반행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추진체계가 정립되었다.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 위원회 구성, 기본·시행계획 수립, 기관별 데이터기반행정 책임관 지정·운영 등으로 800여 개 행정·공공기관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정책 수립이 가능해졌다. 이 법률에 따라 각 기관의 데이터기반행정 운영현황 전반을 점검하기도 한다. 새 정부 들어서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체화하는 공공데이터 혁신전략과 제4차 공공데이터 기본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난 정부 통계 및 데이터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지난 정부 관료들이 가계동향조사와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임의적으로 조작해서 발표했다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가계동향조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의도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이게 했다는 것이고, 부동산 관련 데이터 또한 당시 정부의 실정을 감추기 위해 표본추출 등의 과정에서 조작, 왜곡했다는 것이다.
시시비비는 앞으로 가려질 것이라고 믿고 여기서 따로 논쟁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과는 별개로 사회경제정책이 과연 어떤 근거로 수립되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전 세계적인 흐름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이라고 하는 데이터의 활용을 놓고 괄목할 만한 진전들을 이뤄내고 있다. 데이터의 산업적 이용과 더불어 사회경제정책 수립에 데이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 문제를 놓고 빅데이터 기반 현실진단과 정책분석에 몰두하는 사람들과 대비하여 지난 정부 데이터 조작의 공방 수준을 보고 있자니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 아무쪼록 투명하고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한 냉철한 분석과 이에 기반한 사회경제정책에 대한 건전한 논쟁이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욱 기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