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강민경 해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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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강민경 인스타그램)
▲(출처=강민경 인스타그램)

다비치 강민경이 운영하는 쇼핑몰 ‘아비에 무아’의 채용 공고가 논란입니다. 대졸자 CS 경력직원 채용 공고를 냈는데, 연봉이 25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인데요. 해당 공고는 경력 3년 이상에 전반적인 고객 응대와 전화 상담, 물류센터 소통, 운영 정책 기획 등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데 비해 2023년 최저월급 수준의 연봉을 제시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대표 강민경은 ‘담당자 착오로 신입 채용 시 연봉이 기재됐다’며 경력과 직전 연봉을 고려한 채용을 진행한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경력직 신입을 뽑으려는 행태’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를 자극했기 때문일까요.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열정페이 여전…고스펙 저임금 일자리에 분노하는 청년들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커피·패스트푸드·이미용 등 주요 프랜차이즈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습니다. 76개소에서 총 264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체불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체불 △퇴직금, 주휴수당 체불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18세 미만자 무(無)인가 야간근로 등 위반사항도 다양합니다.

충청북도 제천시의 대학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일했던 한모 씨(23)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해도 주휴를 지급하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 중 주 30시간 이상 일을 한 사람들도 (주휴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니라서 15시간 일을 하면 주휴수당을 준다는 개념이 없었다”며 “최저시급이 당연시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할 수 있다 ’정도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학생들이 신고해도 이 지역에서는 설렁설렁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한 씨는 결국 끝까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청년들은 임금 수준에 비해 ‘고스펙’을 요구하는 경향에도 불만을 표합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21년 8월 취준생 8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취준생들은 자격증, 어학 시험 준비 비용 및 면접 준비 등에 월평균 44만 3768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연합뉴스의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첫 취직에는 평균 10.8개월이 소요됐습니다. 취업 준비에만 평균 480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겁니다. 첫 구직에 2년 이상 소비한 청년도 63만3000명에 달합니다.

반면 대부분 일자리는 이렇게 긴 준비 기간을 거친 청년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사람인 조사 결과 지난해 신입사원 초봉은 세전 기본급 기준 평균 2968만 원(월 247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최저임금보다 약 46만 원 높지만, 구직자 희망 연봉(3729만 원)보다는 398만 원 낮습니다.

▲고용인 없이 영업 시작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뉴시스)
▲고용인 없이 영업 시작을 준비 중인 자영업자(뉴시스)

커지는 사장님들 한숨…괜찮은 일꾼 구하기 어려운 요즘

힘든 건 사장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특히 아르바이트(알바)를 구하는 자영업자들은 ‘시급 1만 원을 줘도 지원자가 없다’고 고민하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원 수를 줄였던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음식 서비스직’의 미충원 인원은 1만5000명에 달합니다.

일할 사람을 뽑아도 성에 차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2년간 함께 일한 직원이 거짓말을 해서 믿음이 없어졌다”, “직원 모시고 사는 것도 지겹다. 스트레스 80% 이상이 직원 관련이다”, “일이 힘들다고 이틀 만에 그만두더라” 등 매일같이 알바생에 대한 고민을 쏟아집니다.

돈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사장님들의 오랜 고민거리입니다. 2021년 12월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알바보다 돈을 못 벌고 있다’고 한탄하는 편의점 점주의 게시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당시 점주는 몇 달 전 그만둔 알바생에게 임금 체불로 신고당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온 가족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일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알바생만 구하기 어려운 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전체 미충원 인원은 18만5000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5만1000명(37.6%)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뉴시스)
▲(뉴시스)

고용주도 직원도 서로에게 만족 못 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주도 근로자도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등도 계속되죠. 고용주들은 ‘끈기 없는 근로자’에 피로를 느낍니다. 귀찮은 일은 피하고, 힘들다고 느껴지면 그만둬 버리는 MZ세대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젊은 세대는 ‘임금 수준에 비해 너무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는 데 불만을 가집니다.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아끼려 2, 3시간씩 ‘쪼개기 근무’를 늘리는 고용주의 모습과 퇴사 후 불만들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근로자들의 모습도 서로에겐 눈엣가시입니다.

일자리는 남는데도 취직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늘어난 데는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기업이 인력을 필요한 만큼 구하지 못했던 이유로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28.1%)과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17.3%)이 각각 1, 2순위를 차지했던 것은 이러한 실태를 반영합니다.

임금 체불과 열정페이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청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근로자들은 휴일과 휴게 시간을 보장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해달라고 말하죠.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 청년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휴일·휴게를 보장하고, 불규칙한 근로시간을 개선해달라고 요구 합니다. 고객의 폭언과 폭행에 대해 보호해달라고 얘기하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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