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마음을 데워주는 밥 한 끼

입력 2023-01-1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구청 구내식당으로 따뜻한 밥 드시러 오세요”

“밥은 하늘입니다 /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 밥은 하늘입니다 /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 밥은 하늘입니다 / 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김지하 시인의 ‘밥’이란 시이다.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요즘 구청 구내식당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하는 생각이다. 함께 먹는 밥,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고 했던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확진자 수도 줄어들면서 구청 구내식당도 지역주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구내식당을 찾는 지역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끼니를 거르거나 한 끼 식사 해결이 부담스러운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어 참 잘한 결정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배가 안 고파요, 입맛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입맛이 없는 그 기저에는 화병이나 분노, 우울, 불안이 내재되어 있거나 삶의 동기, 이유,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하루 종일, 경우에 따라서는 몇 날 며칠을 굶어도 허기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한 끼 식사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했다. 밥은 우리에게 단순히 육체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육체의 허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공허함까지 묵직하게 채워주고 살아갈 힘을 제공해준다. 밥 안에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다. 밥알끼리의 끈기처럼 한 끼의 밥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의 활력,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기에 번잡으로 인한 불편함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간의 부대낌이 있지 않은가? 밥상에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정을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떤가? 1인 가구, 혼밥족, 이런저런 이유로 한 끼 식사 해결이 어려운 사람, 밥 대신 술로 허기를 채우는 사람, 밥의 끈기만큼 사람의 끈기가 필요한 사람, 그 누구든 따뜻한 밥 한 끼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어도어ㆍ빅히트, 쇄신 바람 불까…위기 속 등장한 '신임 대표'들 [이슈크래커]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1,500,000
    • +0.96%
    • 이더리움
    • 4,894,000
    • +4.62%
    • 비트코인 캐시
    • 719,000
    • +4.89%
    • 리플
    • 2,009
    • +4.69%
    • 솔라나
    • 331,700
    • +2.73%
    • 에이다
    • 1,391
    • +7.16%
    • 이오스
    • 1,118
    • +1.18%
    • 트론
    • 280
    • +4.48%
    • 스텔라루멘
    • 697
    • +9.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900
    • +1.95%
    • 체인링크
    • 25,130
    • +3.54%
    • 샌드박스
    • 859
    • -2.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