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의 ‘밥’이란 시이다.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요즘 구청 구내식당에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하는 생각이다. 함께 먹는 밥,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고 했던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확진자 수도 줄어들면서 구청 구내식당도 지역주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구내식당을 찾는 지역주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끼니를 거르거나 한 끼 식사 해결이 부담스러운 주민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어 참 잘한 결정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배가 안 고파요, 입맛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입맛이 없는 그 기저에는 화병이나 분노, 우울, 불안이 내재되어 있거나 삶의 동기, 이유,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하루 종일, 경우에 따라서는 몇 날 며칠을 굶어도 허기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한 끼 식사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했다. 밥은 우리에게 단순히 육체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육체의 허기뿐만 아니라 마음의 공허함까지 묵직하게 채워주고 살아갈 힘을 제공해준다. 밥 안에는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다. 밥알끼리의 끈기처럼 한 끼의 밥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삶의 활력,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기에 번잡으로 인한 불편함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간의 부대낌이 있지 않은가? 밥상에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정을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에서 느껴보는 것은 어떤가? 1인 가구, 혼밥족, 이런저런 이유로 한 끼 식사 해결이 어려운 사람, 밥 대신 술로 허기를 채우는 사람, 밥의 끈기만큼 사람의 끈기가 필요한 사람, 그 누구든 따뜻한 밥 한 끼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큰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