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레프 톨스토이가 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예심판사 이반 일리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로 태어나서 공부를 하고 결혼도 잘하고 승진도 하며 판사로 살고 있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기다리는 시한부가 됩니다.
원인 모를 병을 앓으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동안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행복하고 완벽해 보였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봅니다. 한 번도 후퇴나 좌절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주인공이 죽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면서 죽음을 앞두고 생기는 두려움, 혼란, 좌절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삶과 죽음의 진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으로, 죽음에 대한 단편 3개 중 1편이 바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태어남과 죽음만큼 우리 앞에 평등한 것은 없지요. 엄친아였던 예심판사 이반 일리치도, 200년 전의 대문호 톨스토이도, 현재의 저도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남을 당했고, 원하든 원치 않든 언젠가 죽음을 느닷없이 만나게 되겠죠. 죽음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예정된 미래입니다.
새해가 되고 사람들이 많은 계획을 세웁니다. ‘독서를 꼭 할 거야’, ‘운동을 해야지’, ‘다이어트해야지’, ‘계획적으로 살아야지’ 등. 하지만 그런 계획에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내가 한 달 뒤에, 두 달 뒤에 죽을 것이라면 지금처럼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새해 첫 달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결국 다시 돌아보는 건 ‘삶’입니다.
여러분이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까요?
우리 삶의 궁극적인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잘 살기 위해 잘 죽어야겠습니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겠습니다.
새해 여러분이 놓지 말아야 할 ‘삶과 죽음’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