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학교 폭력' 지도한 교사를 가해자 부모가 고소한다면

입력 2023-03-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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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현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인기를 구가하면서 사회ㆍ문화 전반에 학교 폭력 이슈가 대두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선 학폭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와 예방은 미진한 수준입니다. 학폭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와 사례를 법리적으로 풀어봤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재현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Q: 중학교 교사입니다. 반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가해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조회 시간에 해당 학생에게 몇 마디 했습니다. 다음 날 가해 학생 부모가 찾아와 “왜 학폭 사실을 같은 반 학생들이 있는 앞에서 알려 내 아들의 명예를 훼손했느냐?”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 가해 학생의 폭력은 사실이므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나, 조회 시간에 다수의 학생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해 학생의 폭력 사실에 관한 말을 한 것이므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요건은 충족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가해 학생의 폭력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 즉 가해 학생의 명예에 대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형법 제310조에 의해,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으며, '공공의 이익'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학교 폭력에 관한 사실을 적시한 교사에 대해 학교의 정상화와 학생들의 피해방지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하여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지 않은 판례도 있습니다.

다만 학교 폭력에 관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 항상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표현의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는 비방할 목적에 있을 경우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례에서는 교사가 학생 지도를 위해 학생들 앞에서 한 이야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잘 소명한다면 명예훼손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에 관한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 자는 비밀누설금지 의무가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Q: 친구가 저를 계속 괴롭힙니다. 신체 폭력을 가하진 않은데, 계속 언어폭력을 일삼으면서 스트레스를 줍니다. 신체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을 당해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학교 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신체적인 폭력이 아니더라도 언어폭력에 의한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로 정신적인 피해를 수반할 경우 학교 폭력에 해당할 수 있으며, 언어폭력에 의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등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컷 (넷플릭스)

Q: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해서 담임선생님에게 말씀드렸더니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려고 합니다. 이럴 때 가해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나요?

A: 교사는 교육 관련 법령에 따라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는 자 이므로 형법상 ‘법령이나 계약 등에 의해 보호·감독할 작위 의무가 있는 이른바 보증인의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교사가 학교 폭력 사실을 알면서 방관하고 묵인한 것이 명백한 경우, 가해 학생으로 인해 폭행죄 또는 상해죄가 발생하면, 폭행죄나 상해죄 등의 부작위범(형법 제18조)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으며, 형사 처벌 외에도 불법행위에 의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습니다.

Q: 다른 반 일진이 쉬는 시간마다 저희 반으로 와서 친구들을 괴롭힙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또 저도 언젠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두렵습니다. 이 같은 저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가해 학생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A: 민법 제751조 제1항에 의하면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의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고의 또는 과실 있는 행위, ② 가해행위의 위법성, ③ 손해의 발생, ④ 위법한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으로 인해 해당 학생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① 가해 학생의 고의 또는 과실 있는 행위, ② 가해 학생 가해행위의 위법성, ③ 피해 학생의 손해 발생까지는 입증이 가능할 것이나, 가해 학생의 직접적인 폭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이 입은 정신적인 손해가 가해 학생의 위법한 행위로 인한 것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입증은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 학생이 아닌 학생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가해 학생에게 청구하여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Q: 시험 시간 중에 뒷자리에 앉은 일진이 정답을 요구해 쪽지로 가르쳐줬습니다. 감독 선생님으로부터 발각돼 둘 다 0점 처리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입시에 불이익을 당하게 됐습니다. 저는 어떤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나요?

A: 우선, 가해 학생이 시험 정답을 알려달라고 강요한 행위는 학교 폭력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등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해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입시에 불이익을 당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가해 학생의 강요 행위로 인해 피해 학생이 정답을 알려준 것이 피해 학생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강요에 의한 것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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