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운송, 발전, 철강, 건설 산업에 비해서 금융 부문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덜 민감하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에 이르기까지 금융 부문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은행, 보험, 증권사 등 본업 관련한 개별 회사 차원뿐 아니라,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며 사회적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직간접적인 역할까지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는 2030년까지 넷제로(Net Zero) 이행으로 인해 매년 창출되는 잠재적 시장가치(High Potential Pool)가 적어도 12조 달러(약 1경6000억 원) 이상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제 환경 이슈는 모든 산업에 공통된 중요한 이슈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좋은 투자수단이다.
전통적인 금융 부문 외에 낯설 수 있지만,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환경은 여전히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연유로 해외자금출자자(LP)들은 벤처 기업이나 중소중견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하는 운용사(GP)들의 환경 평가를 권고한다.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글로벌 연합체인 ILPA는 ‘기후 위기와 기회 대응(Responsiveness to Climate Risks and Opportunities)’ 관련하여 4가지 평가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회사 내 거버넌스다. 가장 기본적인 단계(Developing)는 운용사가 컴플라이언스 차원에서 환경 관련 법 규제 검토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소위 ‘환경범죄단속법(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과 같은 환경 관련 과징금 제도를 떠올리면 된다. 위반 시 사업으로 번 이익이 아니라 매출액 대비 일정 부분, 즉 2.5% 이하 또는 5%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이 부가되는 등 재무적으로도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다. 예컨대 2023년 초, 한 정유회사가 수질유해물질 배출로 인해 약 1500억 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여받은 사례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 이슈를 사내 컴플라이언스 차원뿐 아니라 임원 레벨에서 직접 챙기며 운용역에게 강조하는 단계면 정착 단계(intermediate)로, 운용사뿐 아니라 투자회사(Portfolio Company)까지 관리하고 있다면 선진화 단계(Advanced)로 본다.
두 번째로 기후 관련 전략이다. 펀드 및 투자회사 차원에서 ‘기후 리스크 및 기회 평가와 관리 지침’ 보유 여부다. 운용사가 기후 리스크를 펀드 레벨에서 임의적 비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도입기에 해당된다. 투자하는 딜(Deal)마다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위험뿐 아니라 투자 기회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으면 정착 단계로 보고, 더 나아가 기후 관련 중장기 전략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론을 기반으로 펀드와 개별 딜 모두에 적용하고 있다면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다.
세 번째는 정량적인 위험관리능력이다. 기후 관련 법규 리스크를 데이터에 근거해서 관리하고 있으면 도입기로 본다. 투자위원회에서 ESG 실사를 통해 투자 후가 아닌 ‘투자 전’부터 이러한 데이터를 검토하여 투자 집행하고,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까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 정착 단계로 본다. 운용사 내에 기후 리스크 및 기회 모두 측정하고 관리하는 절차와 전문가를 공식적으로 두고, 이러한 전략을 투자회사 관리 전략 과제에 포함하고 있다면 선진화 단계로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운용사의 핵심성과지표(KPI) 관리 역량이다. 온실가스 등 기후 관련 KPI 통계를 관리하고, 이를 실제 투자회사 사례와 연계하여 리포트로 작성하면 좋은 출발이 된다. 이때, 환경적으로나 재무적으로 투자회사에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KPI를 선별하여 집중 관리하고 이를 매년 모니터링하며 리포트로 관리하고 있으면 정착기로 평가할 수 있다. 투자회사의 중요한 KPI 실적뿐 아니라 투자회사의 기후 시나리오에 근거한 KPI 목표까지 관리하고, 이를 매년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2050년 ‘전사 넷 제로 목표’의 이행과정과 연계하여 리포트할 수 있다면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