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재정민주주의 꽃 ‘주민참여예산’ 어떻게

입력 2023-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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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국 243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한창이다. 지금 시기는 주민 대상 참여예산 교육이 실시되고 주민이 직접 사업제안서를 작성하는 때다. 작년 말 2023년 예산안 의회 심의에서 수원시를 비롯하여 주민참여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일이 속출했다. 의회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특정 주민들만의 참여, 참여예산사업의 획일성, 집행부 사업 참여예산에 끼워넣기 등을 들고 있다. 그래서 올해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시작 시점에서 주민참여예산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집행기관에서 정한 예산 한도에 따른 사업제안 및 선정에 치중하면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지나치게 하드웨어적 환경개선 공사에 편중되어 시설 조성 및 설치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의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둔갑하여 편성되기도 한다. 셋째, 채택된 사업의 추진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미흡하여 주민의 제안 의도와 다르게 집행되는 경우도 많다.

예산 全과정에 참여케 한다지만…

이에 행정안전부는 최근 대대적인 제도 개선 차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주민참여예산의 전체 통계를 파악하고, 건전한 지방재정 운용을 위해 예산의 전체 과정에 주민 의견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2011년 관련 조례 제정·운영이 의무화된 지 10년 이상 지났는데도 전체, 지자체별 예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계획을 수립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종전에는 주민들이 사업공모 등을 통해 ‘예산편성’ 과정에만 참여하고 있었다면 예산의 편성은 물론 심의, 집행, 평가 및 환류, 결산 등 ‘예산의 모든 과정’에 참여가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치 현장에서 실천적인 제도로서 운영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2020년 지방재정법 개정 이후 가능했지만 조례를 개정하지 않은 지자체도 수두룩하고, 조례는 개정했지만 많은 지자체가 주민들이 예산의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제 제도를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가치는 대표성, 책임성, 포용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첫째, 대표성 강화를 위해 주민참여기구의 권한을 분산하고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수렴 플랫폼과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채널을 다양화하고, 재정사업 평가, 지방보조금 평가, 예산 감시단 활동, 예산 낭비 신고, 성인지예산 편성, 예산 관련 각종 위원회, 주민의견서 작성 등 예산 관련 절차 및 구조에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책임성 강화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예산 전체 과정(편성, 집행, 평가, 결산)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주민이 주도적으로 예산 관련 절차 및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포용성 강화를 위해서는 분야별·지역별·계층별 균형을 기하고 양성평등, 사회적 약자 제고 등 지역공동체 강화 교육이 내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는 가치(자원)의 권위적 배분이고,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정치다. 이를 합해 민주주의 정치는 ‘시민에 의한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 스스로 자율과 책임을 갖고 민과 관이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제다. 지방자치적 측면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들이 예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통해 생활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적으로 재정민주주의(fiscal democracy)와 재정 투명성 그리고 주민복지와 사회적 형평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참여예산의 핵심은 지방정부-지방의회-주민 간 재정거버넌스(fiscal governance)을 구축하여 이를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 있다. 재정거버넌스는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부수적 효과를 넘어 참여예산의 핵심가치 실현을 통해 민주주의 실질화와 질적인 사회발전의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재정거버넌스 위한 협의체 상설화를

결국 지자체의 재정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 3주체인 주민, 집행기관, 의회가 협력 조정해야 한다. 먼저 주민은 적극적으로 예산 교육에 참여하고, 예산 제안 및 심사에 참여할 때 본인의 거주지 예산 확보가 아니라 예산의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산의 전체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집행기관의 사업부서와 협력해야 하며, 예산의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의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에 집행기관은 주민참여예산의 사업공모 형식에만 치중하기보다 예산편성 방향 설정 때부터 편성, 집행, 평가, 결산 등 전체 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의회 역시 예산 심사 시 예산서, 결산서 등에 대한 주민의견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가칭)의회-주민 간 재정협의체’를 상설화하여 본예산, 추경예산 심사 전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면 예산 심사의 내실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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