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언니, 티니핑 그만 사달라고 해주세요”…미취학 여아들의 워너비 [요즘, 이거]

입력 2023-05-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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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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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 ○○소녀
모두 마음속에 꿈꿔온 마법소녀 하나쯤은 있잖아요?

예쁜 옷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요술봉으로 악한 적들을 물리치는 저 소녀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TV에서 방영하는 시리즈물을 따라 이번엔 천사소녀 다음엔 마법소녀, 또 그다음엔 웨딩소녀까지…. 세상에 다양하고 부러운 소녀들이 왜 이리 많은지, 왜 나 자신은 그 소녀가 될 수 없는지 울먹이다가도 부모님이 사주신 요술봉 하나에 온갖 기분을 다 내곤 했었죠.

요즘은 소녀가 아닌 요정에게 빠져있다는데요. 이모션 왕국에 사는 감정의 요정들, 이름하여 ‘티니핑’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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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핑은 2020년 3월부터 시작한 한국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요정인데요. 벌써 3시즌이나 방송된 인기 애니메이션이죠. 우주 어딘가에 있는 이모션 왕국에 사는 소녀 로미가 지구로 뿔뿔이 흩어진 마음의 요정인 ‘티니핑’들을 찾아 나서는 내용인데요. 지구의 ‘하모니 마을’이란 곳에서 살아가며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일상 속에서 흩어진 티니핑들을 캐치해내는 내용입니다.

티니핑을 캐치하는 순간에는 로미가 로열 티니핑들의 힘을 빌려 다양한 프린세스로 변신, 티니핑들과 마법으로 대결한 뒤 마법 도구로 티니핑을 큐브 속으로 보내죠. 언뜻 설명을 들어보면 ‘카드캡터 체리’와 ‘포켓몬스터’와 비슷해 보이는데요. 차별점이 있다면 이 티니핑들이 심하게 귀엽다는 겁니다.

대놓고 ‘요정’인 이 티니핑들은 귀여움과 깜찍함, 예쁨까지 장착했는데요. 파스텔톤의 모습과 다양한 헤어스타일로 미취학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하츄핑, 바로핑, 아자핑, 차차핑, 라라핑, 해핑, 믿어핑, 조아핑, 방글핑, 솔찌핑 꾸래핑…. 이 ‘핑’들은 무한 생성 중인데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하츄핑 머리 해주세요”, “믿어핑 머리 해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요청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모든 티니핑의 이름과 캐릭터의 모습을 모두 외우고 있어야 하는 격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죠.

헤어스타일로만 끝나면 다행인데요. 문제는 이 티니핑들을 로미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 모두가 갖고 싶어 한다는거죠. 티니핑 굿즈부터 인형, 선물세트들이 불티나게 팔린 이유입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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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어린이날 최고 인기 선물이 이 ‘티니핑’이었는데요. ‘캐치! 티니핑 랜덤박스’는 출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동났습니다.

‘캐치! 티니핑 랜덤박스’는 티니핑 봉제인형과 디저트 피규어, 요술봉 토이캔디, 젤리 등 10만 원 상당의 상품을 랜덤박스에 담아 2만9900원에 판매하는 상품이었는데요. 어린이날을 앞두고 SAMG엔터와 롯데마트가 함께 선보인 이 제품은 1차 물량이 완판되며 새롭게 2차 공급을 시작했죠.

문제는 워낙 종류가 많은 탓에 ‘티니핑’을 한번 사기 시작하면, 결국 수십 개를 주문하게 돼 버리는 건데요. 티니핑의 종류는 로열핑 6개와 일반핑 38개 등 총 44개나 되죠. 가장 인기가 있는 피규어의 경우 개당 1만 원 정도 하는데 이를 다 모으려면 수십만 원은 훌쩍 뛰어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 사이에선 ‘파산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사다 보면 지갑이 거덜 나다 못해 뺏어가는 수준이라죠. 인당 4만 원에 달하는 ‘티니핑 뮤지컬’ 티켓도 표가 없어서 중고장터에서 활발히 거래되기도 하는데요. 이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됩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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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방 벽면 가득 이 ‘티니핑’들을 채우고 나니 아이들의 관심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티니핑을 입에 달고 살았던 아이가 또 듣고 보도 못 한 캐릭터를 입에 올리는 순간, 왠지 모를 배신감(?)이 치미는데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랬었죠. 남자아이들조차 공룡으로 시작해 자동차로 넘어가고, 이후 로봇으로 발전하며 부모님들의 피땀눈물을 앗아가곤 했는데요.

여자아이들은 ‘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죠. 이에 ‘언니’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에 시선이 옮겨가기 마련인데요. 요즘은 초등학교 언니들의 뒤를 이어 여자 아이돌 그룹 ‘아이브’에 꽂혔다고 합니다.

‘아이브’는 최근 초통령이라 불리며 초등학생들의 워너비로 떠올랐습니다.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는 아이브 포카(포토카드)를 도대체 어떻게 구하는 거냐는 하소연이 가득한데요. ‘늙은 엄마’는 너무 어렵다는 한탄들이 가득하죠. 이제는 그 양상이 미취학 여아까지 내려온 모양새입니다.

이 어린 여자아이들에겐 특히 멤버 장원영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요. 큰 키에 마른 몸, 화려한 이목구비, 아이돌 그 자체의 장원영이 이들 눈에는 그저 ‘공주님’으로 보이는 거죠. 반짝반짝한 의상을 입어도 멋지게 소화하는 공주님이 ‘나’도 되고 싶은 아이들인데요.

인터넷에 ‘장원영 머리핀’만 검색해 봐도 화려한 리본 핀이 몇 페이지 이상 검색됩니다. 실제 착용샷에는 어린아이들의 헤어스타일이 가득하죠.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장원영 언니처럼 날씬해지고 싶다”며 일곱 살배기 딸이 다이어트를 한다는 황당한 사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요. 겨우 아이를 만류하고 나면, 이 점을 활용해야겠다는 ‘두뇌 회전’이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바로 이를 이용하자는 건데요.

유치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장원영 언니도 유치원 다녔어”라고 말하는 순간 가방을 챙겼다는 사연이 나오면서, 부모님들의 동참이 이어졌죠.

“저도 반찬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장원영 언니가 이거 먹고 키 컸다고 했어요”, “저는 장원영이 제발 ‘엄마 말 잘 듣고, 유치원 열심히 다녀서 아이돌 됐다’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진짜 요새는 ‘장원영 언니가 했대’ 이 한마디면 다 되는 거 같아요”

단계 없이 그저 ‘한 곳’으로만 달려갔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그리되지 않는 아이들과 지갑을 교차해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요. “장원영 언니, 우리 아이 미리 말려주시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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