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잠긴 '한강 범람'에 문묘 제사까지...100년전 한국 영상 복원됐다

입력 2023-05-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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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여의도) 비행장이 범람한 한강물에 잠긴 모습. 캐나다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헨리 모리스가 1936년 8월경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상자료원)
▲경성(여의도) 비행장이 범람한 한강물에 잠긴 모습. 캐나다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헨리 모리스가 1936년 8월경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강이 넘쳐흐르면서 경성(여의도) 비행장이 물에 가득히 잠겨 자취를 감췄다. 서울 종로의 문묘에서는 공자를 기리는 성대한 제사를 구경하려는 인파가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한국영상자료원이 1936년께 촬영된 일제강점기 영상을 복원한 장면의 일부다. 1899년 한국으로 건너온 캐나다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헨리 모리스가 촬영한 5시간 14분 분량의 원본 영상에는 외국인 눈에 비친 당대 조선 사회상이 다수 담겼다.

87년 전인 1936년 여름 한강 범람으로 여의도 비행장이 물에 잠긴 모습, 비슷한 기간 한강철교 교각 아래까지 차오른 물살이 흐르는 모습 등을 영상 4시간 2분께부터 만나볼 수 있다.

10일 김기호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 선임연구원은 “1936년 7월부터 8월까지 호우 소식이 이어졌고 7월 말에 한강 상류 범람 소식이 있으므로 해당 영상을 8월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9월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문묘의 석조대제 영상은 지금까지 확인된 한국 관련 컬러 영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그동안에는 일본 주재 스웨덴 외교관 토르 비스틀란트가 1938년경 촬영한 “Visit to China and Korea”가 가장 오래된 컬러 영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서울 문묘에서 열리는 석조대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구경꾼이 화면에 가득차있다. 캐나다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헨리 모리스가 1936년 9월경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서울 문묘에서 열리는 석조대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구경꾼이 화면에 가득차있다. 캐나다계 미국인 사업가 제임스 헨리 모리스가 1936년 9월경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서울 문묘 석조대제 시퀀스에서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추는 팔일무(八佾舞)를 관람하기 위해 그 주변을 둘러싸고 빼곡히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외에도 금강산 여행기록, 평양 및 원산의 기독교 병원과 학교 운영 모습 등이 조각조각 붙여져 있다.

2019년 캐나다 연합 교회 아카이브에 16mm 프린트 원본 필름이 보존돼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한국영상자료원은 2020년 해당 필름을 수집해 2021년 4K 해상도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일반에 공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주요 장면들이 초기 컬러 필름 규격인 코다컬러(Kodacolor), 코다크롬(Kodachrome) 방식으로 풍성하게 기록돼 일제강점기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엄연히 명맥을 유지했던 전통문화의 일면들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의미를 짚었다.

미국 출신 여행가 버튼 홈즈가 무려 120년 전에 촬영한 조선 모습도 함께 복원됐다. 1901년과 1913년에 두 차례 조선을 찾은 그는 ‘유일무이한 도시 서울’이라는 영상을 완성했다.

‘유일무이한 도시 서울’의 한국영상자료원 복원분량은 7분가량이며 경희궁 흥화문 앞을 지나는 서양인 여성과 전통 차림새를 한 조선 여인의 모습이 연이어 담겼다.

▲미국 출신 여행가 버튼 홈즈가 촬영한 흥화문의 모습. 전통 차림새를 한 조선 여인의 모습(왼쪽 아래)이 담겼다. (한국영상자료원)
▲미국 출신 여행가 버튼 홈즈가 촬영한 흥화문의 모습. 전통 차림새를 한 조선 여인의 모습(왼쪽 아래)이 담겼다. (한국영상자료원)
▲위 사진과 같은 공간을 걸어가는 외국인 여성의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위 사진과 같은 공간을 걸어가는 외국인 여성의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은 16일까지 '100여 년 전 외국인이 기록한 한국의 인상들'이라는 주제로 해당 복원 영상을 홈페이지에서 무료 공개한다.

김기호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획공개를 통해 “기록영상이 근현대사 연구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이 여러 '오덕 활동’으로 즐길 수 있는 대상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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