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日내연차 생산해와 공급망 넓어…전기차 공장 우후죽순 들어서는 중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 등 中공장들 앞장서…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생산
태국·인니 뚜렷한 강점에 엎치락뒤치락…이런 가운데 尹-머스크 만남 주목
'승부수' 띄워 성사시킬 수 있다는 정부…협상 위해 국회에도 '비공개' 양해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이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전에서 태국이 최대 경쟁국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가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는 유치 경쟁에 쐐기를 박을 '승부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기가팩토리 한국 유치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기가팩토리 유치전 상황을 구두로 설명하면서 이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건넨 ‘코리아 포 더 넥스트 기가팩토리’ 책자에 관해 이용빈 의원실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태국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그는 구두설명에서 지난해 8월부터 톰 주 테슬라 부사장과 기가팩토리 유치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주요 후보지는 한국·태국·인도네시아(인니) 3국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경쟁국 중에선 부품산업 생태계가 이미 활성화돼있는 태국이 가장 신경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에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설립한 완성차 생산 공장 등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공급망이 폭넓게 구축돼있다. 그러다 2021년 태국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생산 완성차의 30%를 무공해차로 전환하고 ‘전기차 생산허브’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지원정책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금 감면에 나서고 배터리 제조업체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기업들의 전기차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중국이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3월 태국 라융 공장 건설에 착공했고, 창안자동차는 동남아 첫 생산기지로 태국을 택해 2억85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상하이자동차도 4월 태국 전기차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태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태국을 경계한다는 것은 기가팩토리 유치 경쟁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외신에선 인니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니켈 등 핵심광물을 보유하고 있고 2억7000만 명 인구에서 나오는 대규모 시장과 값싼 인건비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 CEO는 윤 대통령을 만났다. 기가팩토리 유치를 요청하는 책자를 받았고 방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다. 때문에 충분히 협상을 통해 기가팩토리 유치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용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머스크 CEO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라 가장 유리한 조건을 따지고 있는데 그 기준은 인건비 외에도 세금감면과 공장 입지, 또 얼마나 오래 부지를 내줄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어떤 걸 줄 수 있는 지를 듣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어서 협의가 모두 끝나봐야 결과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테슬라와의 협상에서 제안할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머스크 CEO에 전한 책자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는데, 원만한 협상을 위해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정부측은 이용빈 의원실에 책자를 보여주고 구두설명을 하면서도 결정적인 인센티브 관련해선 "협상을 위해 비공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 측은 전기차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25%·외국인직접투자액의 최대 50% 현금지원·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최대 50년 부지 임대와 최대 100% 임대료 감면 등 현행법상 가능한 혜택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글로벌 배터리 기업 등 기본적인 내용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