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인공지능이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하며 개발을 6개월 한시적으로 중단하자는 유명 인사들의 공개 서한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같다.
서한은 현재 인공지능 개발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위험한 군비 경쟁에 비유했다. 강력한 디지털 지능의 등장이 초래할 인류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SF 영화에 나오는 전능한 신과 같은 인공지능은 핵폭탄과 같은 비유가 떠오르게 하지만, 필자는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을 기관총의 발명으로 비유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어쩌면 그만큼 더 위험하다. 핵폭탄의 단추는 몇 개의 나라만 가지고 있지만, 소총의 시대에 기관총의 등장은 병사 한 명 한 명 모두를 살인기계로 변화시켰다. 창과 화살로 무장한 용맹한 아프리카 전사 1만여 명이 기관총 몇 정을 가진 십여 명의 병사들에게 몰살당하는 사건이 식민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개의 병사에게 주어진 자동화 기계시대의 등장은 이렇게 역사를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는 산업혁명 초기 러다이트 운동과 같이 새로운 도구, 자동화 기계의 등장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알파고의 등장에 이은 챗GPT의 등장이 강렬한 만큼, 생성 인공지능이 가져올 일자리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말경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일자리 약 3억 개가 생성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직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직업 군에서 수행하는 작업의 평균 25%가 생성인공지능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유사한 보고서도 생성 인공지능이 미국 노동력의 80%에 영향을 주고, 19%에 큰 영향을 미쳐 그중 절반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전의 자동화가 주로 공장에서 이뤄졌다면, 이번의 자동화는 주로 컴퓨터로 일을 처리하는 사무직, 전문직 등 고소득 직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러한 자동화에 대해 우리 개인이나 국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많은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것이 지금까지의 대책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과 기존 기업의 경쟁,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인력과 기존 인력의 경쟁, 그리고 중간에 국가와 교육기관에서 새로운 기술 교육으로 미래 직업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점진적인 기술 변화의 시대에는 이러한 대응이 작동을 한다. 하지만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기에는 다르다. 대량 해고라는 국면에 직면해 노동자와 기업의 대립은 파괴적 양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때 정부의 개입이 시도되지만 이미 늦었고, 많은 희생과 손실이 따르는 모두 패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명한 대응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주목한 만한 모범 사례는 독일의 ‘노동 4.0’ 정책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의 기원은 독일의 ‘산업 4.0’ 정책이다. 생산 자동화의 고도화라는 산업 4.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노동의 개혁, 변화가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독일 정부는 산업 4.0 시대에 노동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 방법은 사회적 논의였다. 노동이 유연화되고 있는 시대에 ‘좋은 노동’이라고 하는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노동계뿐만 아니라 기업, 협회, 학계 전문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대화를 2년 동안 진행했다. ‘미래’라는 명칭의 영화 시리즈를 독일 전역 18개 도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시민과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토론과 합의 내용을 노동 4.0 백서에 담았고, 정치권은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독일의 노동 정책이 우리와 여러면에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변화를 인지하고 대화를 통해 변화를 위해 서로 노력할 때, 현명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주 69시간 노동제의 해프닝을 피하기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