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잔혹사’ 되풀이되는 계약 분쟁, 문제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6-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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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첸백시, 사진제공 SM (뉴시스)
▲엑소-첸백시, 사진제공 SM (뉴시스)
‘인기 아이돌 그룹 3명, 소속사와 계약 분쟁’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 헤드라인. 거기다 소속사가 SM엔터테인먼트라(이하 SM)면 더 확실해지는 이야기인데요. 또 터져 나온 SM과 소속 아티스트 3명과의 계약 분쟁이 뜨거운 논란에 섰습니다.

이번에는 그룹 ‘엑소’인데요. 2012년 데뷔한 엑소는 최근 완전체 활동을 앞둔 터라 충격이 컸죠. SM과 계약해지 소송에 나선 멤버는 첸(김종대), 백현(변백현), 시우민(김민석)으로, 이들은 2016년 엑소 유닛 그룹 ‘엑소-첸백시(CBX)’로 활동했던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분쟁은 ‘첸백시 vs SM’ 계약 분쟁으로도 불리죠.

데뷔 11주년 기념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제기된 ‘전속계약 해지 논란’, 왜 벌어지게 된 걸까요?

첸백시, SM 상대 ‘전속 계약 해지’ 통보

▲(뉴시스)
▲(뉴시스)
현재 첸백시와 SM는 너무도 첨예한 견해차를 보이는데요. 1일 첸백시는 SM을 상대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냈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3월 21일부터 7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정산 자료 사본을 요청했지만,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전했죠. SM은 곧바로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며 반박했습니다.

SM은 더 나아가 첸백시를 조종하는 ‘외부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양쪽의 입장이 나온 뒤 SM이 빅플래닛메이드엔터(이하 빅플래닛)에 내용증명을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SM이 꼽은 ‘외부 세력’이 빅플래닛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특히 과거 사내이사였던 MC몽이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빅플래닛, MC몽, 첸백시 모두 SM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SM’ vs ‘첸백시’ 쟁점 2가지

▲그룹 엑소, 사진제공 SM (뉴시스)
▲그룹 엑소, 사진제공 SM (뉴시스)
첫 번째 쟁점은 정산자료 제공 여부인데요. 첸백시는 “소속사가 정산 자료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연예인은 수익 정산과 관련해 검토하고 소속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전속계약 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라며 “정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건 전속계약 해지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SM은 “정산 자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아티스트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SM은 매달 정산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했으며, 멤버들도 지난 계약 기간에 문제를 제기한 바 없었다고 전했죠. 다만, 정산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어 사본 제공에는 응하지 않았다 등의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러자 첸백시 측은 “자료를 제공하는 것과 열람만 하도록 하는 건 아티스트의 알 권리 차원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SM이 자료 제공을 거부해 온 것이 이번 해지 통보의 핵심이라며 반박에 나선 상황이죠.

두 번째 쟁점은 이른바 ‘노예계약’인데요. 첸백시 측은 SM과 체결한 전속계약과 후속 계약 기간을 모두 합치면 17~18년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최대 기간 7년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긴 계약이라는 주장이죠.

이들이 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실제 계약 기간은 전속계약 7년에 해외 활동 추가 계약 3년을 더한 10년으로 돼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기존 전속계약에 구속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었다”며 “대등한 지위에서 (후속) 계약 조건을 정하거나 자기의 희망을 반영하기 어려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SM은 “공정거래위원회 및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및 권고하고 있는 표준전속계약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계약 기간 또한 유효성 및 정당성에 대해 대법원의 인정을 받았다고 반박했는데요. 회사를 떠난 소녀시대 일부 멤버와 에프엑스, 여러 차례 재계약을 체결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재계약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지 않다고 강조했죠.

잊을 만 하면 터지는 ‘SM 잔혹사’

▲(사진제공=예전미디어)
▲(사진제공=예전미디어)
SM의 멤버 이탈과 관련한 분쟁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중인데요. 약 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죠.

시작은 2001년 영원할 것만 같았던 10대들의 우상 그룹 H.O.T.(에이치오티) 멤버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SM 불공정 계약에 의혹을 제기하며 소속사와 대립했는데요. 결국, 이들은 팀을 탈퇴해 멤버 이니셜을 딴 그룹 JTL을 결성했습니다. 문희준과 강타는 SM에 남으면서 솔로 활동을 이어갔고, H.O.T.는 이렇게 해제됐죠.

▲그룹 JYJ (뉴시스)
▲그룹 JYJ (뉴시스)
2009년에는 그룹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내용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요. 당시 법원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SM 측은 3인의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이에 SM 측은 2010년 4월 이의신청을 내고 “계약이 유효함을 확인하고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해 생긴 손해액 22억을 지급하라”라는 청구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이때 SM의 전속계약 기간이 13년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돌 노예계약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동방신기 사태는 SM의 흑역사이자 연예계 전반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공론화한 사건으로 기록됐죠. 이 사태로 엔터업계에 계약 최대 7년의 ‘표준계약서’가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세 멤버는 JTL과 동일하게 멤버 이니셜을 딴 JYJ란 그룹을 결성하고 활동을 재개했는데요. 5인조 그룹이었던 동방신기에는 유노윤호, 최강창민만이 남아 2인 체제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계약 분쟁, 주가도 휘청

▲동방신기, 사진제공 SM (뉴시스)
▲동방신기, 사진제공 SM (뉴시스)
엑소는 이미 세 멤버의 이탈을 겪은 적이 있는데요. 2014~2015년 중국인 멤버 루한·크리스·타오가 전속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SM에 소송을 걸고 엑소를 탈퇴했습니다.

또 2005년 데뷔한 슈퍼주니어 멤버 한경도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가처분 신청을 내며 그룹에서 탈퇴한 바 있습니다. 2015년에는 배우 겸 가수 노민우가 SM을 상대로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이번 엑소 사건의 이면엔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소속사 간의 경쟁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더 크고 열렬한 팬덤을 보유한 가수가 곧 소속사의 핵심 IP가 되는 만큼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가수에게 다른 소속사가 접근하는 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죠. 지난해 음원 강자로 통하는 한 인기 걸그룹 멤버를 경쟁사에서 영입하려다가 소속사 간의 갈등으로 번졌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첸백시와의 계약 분쟁으로 SM의 주가는 급락했는데요.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M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7.2%(7900원) 하락한 10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초반 4%대 상승세를 보이던 SM은 장 중 엑소 멤버인 백현과 시우민, 첸의 계약 분쟁 소식에 급락, 8%대까지 추락했죠. 양 측의 대립된 입장 표명이 계속되며 2일 종가 또한 10만1900원을 기록하며 이렇다 할 반등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SM의 예상 매출액, 영업이익은 1조77억 원, 1375억 원으로 각각 지난해 대비 18.4%,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었는데요.

엑소 멤버들도, 팬인 ‘엑소엘’도, SM도, 직원들도, 개미들까지 저마다의 입장을 내세우는 복잡한 분쟁. 이번 SM 잔혹사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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