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외국인 유입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어 당분간 코스피 ‘서머랠리’(여름철 주가상승)와 원화 강세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1.41% 상승한 7만2000원을 기록했고, 11만9500원에 마감한 SK하이닉스는 장중 12만 100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 뒤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투입되는 반도체 공급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실적도 어닝서프라즈 수준이다. 1분기 71억9000만 달러(약 9조2000억 원)의 매출과 21억4000만 달러(약 2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9월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3)의 대량 양산을 시작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봤다. 김동원 연구원은 “향후 5년간 AI 서버 시장은 연평균 25%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 가격은 기존 메모리보다 5∼6배 높아 정기적으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실적도 이를 말해준다. TSMC는 지난 5월 1765억3700만 대만달러(약 7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4월 매출(1479억 대만달러)보다 19.4% 늘었다.
외국인들의 ‘바이 반도체’ 행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반도체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를 기대하게 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11.8% 상향조정했다. 역대 삼성전자의 장중 최고가였던 9만6800원(2021년 1월 11일)에 근접한 숫자다. 종전 최고 목표주가인 9만 원(유안타증권·키움증권·SK증권·유진투자증권·IBK투자증권)을 훌쩍 뛰어넘으며 향후 10만 원대 목표주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더불어 원화 강세도 외국인을 시장으로 이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꾸준히 하락하며 1300원대와 1280원대를 차례로 이탈하며 이날 1271.40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및 원화강세가 외국 매수세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달러화 기준 코스피지수와는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반기 국내 수출 경기의 본격적 회복과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한다면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유입이 이뤄지며 ‘서머랠리’ 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지금 시장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고, 미국 성장주들도 저점 대비 20% 이상 올랐기 때문에 분위기 자체가 나쁘지 않다”며 “코스피는 속도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저점을 높이며 연말까지 2750까지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 변동성을 낳을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서도 “이것들이 지금의 코스피 상승 기조 자체를 완전히 훼손시킬 큰 변화를 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단기 급등이 부담스러운 수준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FOMC 등 변동성을 키울 변수가 적잖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