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18. ‘中 개도국’ 박탈 가능할까

입력 2023-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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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전방위 제재 본격화하는 美
“세계경제 2위 중국은 개도국 아냐”

“중국은 WTO에서 개도국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게 공평한가? WTO는 오랫동안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했다.” 2018년 4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미국은 WTO에 중국의 개도국 특혜를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이사회 안건을 제출했다. 7월에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지위유지를 통해 불공정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국 한국 등 11개 국가를 지정한 ‘WTO 개도국 지위 혜택 중단 관련 대통령 메모’를 발표했다. 이는 당시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해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카드이자 친중 성향을 보이는 WTO 체제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미국은 2019년 2월 구매력 평가기준 1인당 GDP 상위 10위권 국가, G20 회원국, OECD 가입국 등 자체 개도국 기준을 발표하며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를 압박했다.

상하원 잇따라 관련 법안 통과시켜

그 결과 한국 싱가포르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 국가들이 미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에 개도국 지위를 스스로 포기했다. WTO 규정상 개도국 지위결정방식은 특정한 법적 절차나 기준 없이 회원국들의 자기선언(self-declared)에 의해 결정되며, 기타 회원국의 묵시적 동의가 필요하며 이의 제기도 가능하다. 당시 중국은 선진국과 경제수준 격차가 크고,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개도국 지위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4년이 흘러 이제 미국 의회가 직접 나섰다.

지난 3월 미 하원에서 이른바 ‘개도국 지위 박탈법안’을 찬성 415표,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글로벌 경제의 18.6%를 차지하는 세계 경제 2위의 중국이 어떻게 개도국이냐? 미국처럼 선진국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원에서 통과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 6월 초 ‘중국의 개도국 지위 종료법안’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법안은 국무부 등 각 행정부처를 총동원해 중국이 여러 국제기구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WTO의 개도국 특별지위를 통해 부당하게 자국첨단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국제기구로부터 개발융자 및 차관을 공여받는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며 경제성장을 했다고 믿고 있다.

‘中, 개도국 특혜 이용해 경제성장’ 판단

WTO 규정상 개도국으로 편입되면 총 155개 조항의 특별대우를 받게 된다. 반덤핑 및 세이프가드 적용시 개도국의 이익 우선고려, 개도국의 무역기회를 확대시키기 위해 시장접근 기회 확대, 농업 및 서비스 등 시장개방에 대한 유예기간 부여 등 다양한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 상하원의 중국 개도국 지위 박탈 배경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보조금 지급허용, 시장진입 기준 적용 등 개도국 특별혜택을 차단함으로써 중국 경제성장을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의 국제금융공사로부터 개발융자조달, 기후변화 관련 기금 조달, 온실가스 감축의무 배제를 통해 중국경제의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1989년 1월 발효된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국제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 이행을 위한 기금 38억 달러 중 거의 40% 정도가 중국에 지원되었고,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에서도 중국이 돈을 받아가는 등 개도국도 아닌 국가가 불합리하게 돈을 편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량 규제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997년 체결된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 의하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선진국으로 제한하고 있어, 개도국으로 인정받는 중국은 직접적으로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둘째, 개도국 지위 박탈로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를 만회하고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2002년 1월 중국이 WTO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한 지 20년이 흘렀다.

중국의 WTO 가입 당시 미국은 미중 간 무역격차가 더 줄어들고 미국경제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양국 간 무역적자는 더 커져가면서 미국의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오바마-트럼프-바이든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대중적자는 더욱 심해졌고, 이는 곧 일자리 감소를 의미한다. 사실 중국이 WTO 가입한 2001년부터 미국의 일자리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가입 이후 10년간 미국의 약 5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중국의 저렴한 철강 및 자동차 수출로 인해 미국 제조기업의 몰락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러한 노력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WTO 구조 특성상 공식적인 중국의 개도국 지위 박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중국정부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자발적인 개도국 지위 포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성장과 세계 빈곤퇴치에 대한 기여율을 강조하며 개도국으로서의 혜택보다 공헌을 더 많이 했다는 논리로 강렬하게 반대할 것이다.

또한 개도국의 맹주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에 미국 EU 등 서방 선진국을 제외하고 미국에 동참할 나라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중국은 걸프협력회의, 브릭스, 아프리카 협력포럼 등 글로벌 다자채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미국에 대항해 지속적으로 우군확보를 해오고 있다. 특히 2022년 9월 중국 주도하에 결성된 다자협의체인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에 이미 60여 개도국이 참여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중국의 직간접적인 지원과 도움을 받고 있는 국가들이 중국의 반대편에 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WTO 회원국 간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미국 마음대로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中, 개도국 맹주 자처…지위 박탈 난망

향후 미국은 중국이 세계은행의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기준인 1인당 1만2500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개도국의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고 국제여론을 형성하며 중국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2700달러를 넘었고, 이미 3만 달러 이상 도시가 2곳, 2만 달러가 넘는 도시가 28개로 늘어났다.

한편, EU는 직접적인 개도국 지위박탈을 언급하기보다는 중국의 보조금지원, 지재권 등 불공정무역 이슈를 언급하며 중국견제를 지속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국제통상질서를 위반하고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는 불량국가로 정의하고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 우려에 대한 인식이 백악관과 의회에 팽배해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와 대응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현재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중 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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