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기후재난...방재 인프라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3-07-18 16:34 수정 2023-07-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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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5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초토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한반도를 덮친 이상기후로 전국 곳곳이 시한폭탄으로 변했다. 제방이 무너져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고, 지하공간이 침수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기록적 폭우를 머금은 산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다. 기후위기가 삶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진화했지만, 방재 인프라는 이를 못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기후 조짐은 최근 몇 년 새 가속화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은 24시간 지속 최다 강수량(435mm)이 관측됐다. 역대 최고치(354.7mm)를 100년 만에 경신한 폭우로 저지대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 힌남노가 부산·경북 내륙 지역을 강타하면서 주요 도심 하천이 범람해 2440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도 냈다. 포항제철소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셧다운되기도 했다. 경상내륙 지역 중심으로 일 최고기온 35~38℃의 폭염이 발생했고,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광주·전남 지역 누적 강수량은 896.3mm로 평년의 66.8%,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강수량도 평년의 두 배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후재난은 빠른 속도로 우리 삶을 집어삼키고 있지만, 방재 인프라 대책은 더디다. 환경부는 6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2023~25)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의 급격한 진행으로 기존 3차 계획(2021~25)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기존 3차 계획은 2014년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5차 평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수립됐다. 하지만 최신 IPCC 6차 보고서보다 기후위기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대책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시점이 2052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겨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부랴부랴 대응 강화 방안을 모색, 6월에야 극한 기후재난에 대비한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한 셈이다.

▲[청주=뉴시스] 정병혁 기자 =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소방, 군 병력들이 실종자 수색 및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jhope@newsis.com
▲[청주=뉴시스] 정병혁 기자 = 폭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소방, 군 병력들이 실종자 수색 및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2023.07.17. jhope@newsis.com

그 결과,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재 인프라는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천 제방, 하수관로, 댐, 빗물터널 등 홍수 방재 인프라가 올해 같은 강수량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미흡하다. 하천의 경우 국가천은 100~200년, 지방하천·소하천은 50~100년 빈도로 설계돼 있다보니 나흘간 560mm와 400mm 넘는 비가 내린 청양과 논산에서 제방이 줄줄이 무너져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30년 빈도로 설계된 하수관로도 기록적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 빗물배수터널 공사에 들어갔지만 빨라야 2027년 완공될 전망이다. 댐 역시 기후변화 이전 최대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요즘 같은 이상기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산사태 피해 예방 역할을 하는 사방댐은 현재 전국에 1만3039개소 설치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태풍 매미,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사방댐 설치 작업에 속도가 붙었으나 이후 재해 발생이 뜸해지면서 예산이 삭감됐고, 설치도 줄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부처간 협력이 유기적이지 못한 점도 문제다. 현재 산지는 산림청, 경사면은 행정안전부, 이하 도로는 국토부가 관할하고 있다. 각 부처가 자신의 영역만 담당하면서 산사태 방지 등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상만 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방재 인프라는 절대 한 부서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라며 “한반도 기후변화는 전 세계보다 빠르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했어야 하는 일들을 손 놓고 있다가 닥친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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