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이 최씨 일가로 붙는다면, 처음으로 장씨 일가 앞서
최 회장과 장 고문 임기 내년 3월까지…지분경쟁 계속될 가능성↑
영풍그룹 계열사 고려아연이 최근 현대차그룹과 배터리 동맹을 맺으며 다시 한번 지분경쟁이 재점화 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으로 대표되는 두 집안의 갈등으로 인한 지분경쟁으로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향후 경영권 분쟁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2000원(0.37%) 오른 54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현대차는 고려아연에 50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양 그룹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관련 △핵심 원재료 공급망 확보 △배터리 중간재 공급 △미래사업 협력 등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협력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HMG글로벌에 신주 104만5430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고려아연의 발행 주식 수는 1986만3158주에서 발행 신주를 더해 모두 2090만8588주로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은 지분율 5%로 영풍(24.8%), 국민연금(8.06%), 한화그룹 3사(7.68%)에 이어 네번째 주주로 자리잡게 됐다. 주요 주주 가운데 한화그룹과 LG화학 등이 최씨 일가의 확실한 우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도 최씨 일가의 우호지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영풍 측은 현대차와의 협력을 논의한 지난달 30일 이사회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그룹 자금을 유치할 당시에도 불참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장 고문과 최 회장 간의 지분율에도 변화가 생긴다. 장씨 일가 지분율은 32.23%, 최씨 일가 지분율은 28.82% 였는데 각각 31%대, 27%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최씨 일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 5%가 최씨 일가로 붙게 된다면 장씨 일가를 처음으로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계열분리 가능성도 나오는 이유다.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을 재차 공격적으로 매입 중이다. 장 고문의 개인회사 에이치씨는 5월 2일부터 8월 2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8만4299주를 매입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이를 통해 에이치씨의 고려아연 지분은 0.32%에서 0.75%로 늘었다.
한편,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만약 한쪽 지분이 다른쪽의 지분을 크게 웃돌게 될 경우 재선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경쟁이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