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 150만 원→2심 항소 기각…대법, 파기환송
“전체 내용 봐야…해고 의사 명확히 고지함에 불과”
회사 대표가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직원에게 해고를 알리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금지하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폭행 등으로 기소된 A 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 정보통신망법 제74조 제1항 제3호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29일 밝혔다.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2021년 2월 1일 밤 10시께 A 회사의 숙소에서 피해자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야간에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은 피해자가 사유를 물어본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면서 ‘오늘 같이 있으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며 당장 나가라고 압박했다. 결국 피해자가 야간에 회사 밖으로 나가도록 만들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밤 11시께 장소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 피해자에게 “일단 내일 회사 근처 얼쩡거리지 마라, 나 옆에서 봤으면”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한 것을 비롯해 그 때부터 다음날인 2021년 2월 2일 오전 9시36분께까지 총 9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하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음향을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A 회사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전화통화 및 카카오톡 메시지가 정보통신망법상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또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해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7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내용 및 시간적 간격에 비춰 약 3시간 동안 총 3개의 메시지를 발송한 것에 불과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일련의 반복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내용은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고지한 것에 불과하며,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현안이 된 해고 방식의 고용관계 종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 혹은 이에 관한 협의 과정의 급박하고 격앙된 형태 내지 전개라고 볼 수 있을 뿐 피해자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전화통화의 전체적인 내용 및 취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타이르면서 해고 통지의 수용 및 그에 따른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 중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보이는 극히 일부의 표현만 추출해 공소가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