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다고 하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100일(2024년 1월 27일 시행)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한 데다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곳도 많다. 소기업들은 산업재해 예방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만 가중시킨다고 호소한다. 법이 처벌은 과도한 데 비해 규정은 모호해 준비하기도 어렵고, 실효성 없이 절차와 비용부담, 책임만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준비를 한 곳들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용접 불티가 튀는 소리가 요란한 현장에서 만난 A 대표는 “당연히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혹시나 사고가 난다면 법 위반사항이 없다고 할지는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 40여 명 규모의 금속제품제조 공장을 운영한다. 철강업은 재해 위험이 큰 산업 중 하나다. 무거운 물체에 깔리거나, 장비·설비에 끼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산재해 있다. 이날 공장에서도 대형 제품을 체크하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건물 2~3층 높이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 대표는 “누구보다 작업이 위험한 걸 아는 사람들”이라며 “안전 장비를 다 갖추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 시행에 맞춰 이것저것 하란 대로 했지만, 확신은 없다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름의 준비를 했다는 유압기기 제조회사 B 대표도 “실제로 닥쳐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B 대표의 경우 법에서 정한 만큼 담당자의 업무를 보장하는 것이 가능할지가 관건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따르면 제조업 등의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두도록 한다. 다른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수행 시간이 적어도 연간 585시간은 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를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업계는 업무 과중으로 인력 이탈이 생기거나, 기존 업무수행이 줄어든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인 인건비가 발생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안전보건관리 전담 직원을 두거나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
B 대표는 “기존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은 안전만을 위한 사람을 채용하지는 못하고,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을 마련한 기업보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기업이 더 많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아직 대비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업계는 처벌의 핵심 기준인 위험성 평가도 올해 5월 고시가 개정돼 제도 안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