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친 반도체 시장…삼성은 '고도화'-SK는 '차별화'로 승부수

입력 2023-1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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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실현 선제 조건엔 '우수 인재 채용' 중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제공=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비전과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제공=SK하이닉스)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지나 반등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도화', SK하이닉스는 '차별화'에 향후 시장 확대 전략의 방점을 찍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고객별로 다양해지는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SK하이닉스만의 ‘시그니처 메모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곽 사장이 구상하는 향후 반도체 기술 전략은 이른바 ‘차별화’로 귀결된다.

차별화 전략을 선택한 배경에 관해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성장을 꼽았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올해 4월까지 12개의 AI 모델이 나왔다. 현재도 생성형 AI 모델은 기업별로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역시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게 관건이 됐다.

곽 사장은 “그간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제품이었기 때문에 누가 더 작게, 높게 만들 수 있느냐만 두고 경쟁해왔다”며 “그런데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객들이 저마다 구상하는 서비스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메모리에 요구하는 스펙 역시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10년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준비해 왔듯 제2, 제3의 HBM이 될 수 있는 지능형반도체(PIM),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반 이머징 메모리(Emerging Memory)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사장은 지난달 열린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도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메모리는 계속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돼야 하고, 이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양산 예정인 HBM3E 이후에는 초기 단계부터 개별적으로 AI 사업 고객과 협업해 메모리 스펙, 설계 및 생산 방식, 마케팅 등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사장이 7월 위톡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자료출처=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사장이 7월 위톡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자료출처=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제품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는 ‘고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사장은 7월 진행한 임직원과의 위톡 행사에서 향후 고성능 D램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DDR5도 올해 연말이면 삼성전자의 D램 평균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다. 연말까지 삼성 D램이 한 단계 더 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실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HBM 제품 고도화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 사장은 5월 자신의 SNS에 “마이크로소프트(오픈 AI), 구글, 메타 같은 회사들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인텔 같은 회사들이 핵심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있다”며 “HBM이 핵심요소가 됐다. 이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적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5세대 HBM D램 HBM3E ‘샤인볼트’를 개발했다. 샤인볼트는 1초당 최대 1.2TB(테라바이트)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1초당 최대 1.15TB를 처리하는 SK하이닉스 HBM3E 제품보다 성능이 좋다.

메모리 기술 현황과 관련해서 삼성전자는 5월 12나노급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차세대 11나노급 D램도 업계 최대 수준의 집적도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10나노 이하 D램부터는 기존 2차원 평면이 아닌 3D 신구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차원 평면 구조로는 칩 면적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3D 구조에서는 이를 극복해 단일 칩에서 100Gb(기가비트) 이상 용량을 늘릴 수 있다.

한편 양사 모두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선제 조건으로 ‘우수 인재 채용’을 꼽았다.

곽 사장은 “기존과는 차별화된 기술을 이루어내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는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꾸준히 힘을 쏟겠다”고 했다.

경 사장 역시 “불황일 때 채용을 줄이거나 심지어 있는 사람도 내보내는 기업도 있는데,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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