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핑퐁외교’ 주역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100세 일기로 별세

입력 2023-11-30 16:47 수정 2023-1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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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ㆍ중 수교의 주역
탈냉전 포함 美 외교정책 주도
베트남전 종식 기여해 노벨평화상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큰 관심

▲미중 수교와 탈냉전, 베트남전 종식 등 1960~1970년대 미국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뉴시스
▲미중 수교와 탈냉전, 베트남전 종식 등 1960~1970년대 미국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뉴시스
‘핑퐁외교’의 주역으로 1970년대 미·중 수교와 베트남전 종식 등을 주도해 냉전 시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전설적인 외교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이 세운 국제 외교정치 컨설팅 기관인 키신저 어소시에이츠는 “존경받은 미국인 학자이자 정치인 헨리 키신저가 이날 코네티컷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인물로 무엇보다 냉전의 세계 질서를 바꾼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유대인 출신인 키신저 장관은 1923년 독일에서 태어나 15세가 되던 해인 1938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54년에는 31세 나이로 하버드 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본격적인 정치 외교 무대에 들어선 때는 제럴드 포드 행정부 시절인 1969년이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오른 그는 1973년에는 제56대 국무장관에도 임명됐다.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한 사례는 키신저가 유일했다. 그만큼 그가 미국 외교정책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키신저는 1971년 두 차례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및 미·중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주도했다. 이듬해인 1972년 닉슨 당시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을 이끄는 등 미·중 수교의 토대를 닦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를 계기로 20여 년의 적대관계를 청산, 관계 개선을 시작했다. 1979년 마침내 양국은 공식 수교를 맺게 됐다.

구소련과의 냉전 종식에도 크게 기여했다. 1969년부터 전략무기제한협정 협상을 주도했고 1972년 협정을 맺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이듬해인 1973년에는 베트남전 종식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으로 평가받던 그는 차례로 미국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외교를 재구성해 찬사를 받아왔다.

한반도 평화에도 관심이 컸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또 한국을 자주 찾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전 대통령들과도 만났다.

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 출범으로 국무장관에서 퇴임한 뒤에도 저술 및 연구, 강연 등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존 F. 케네디부터 조 바이든 현 대통령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의 4분의 1에 달하는 12명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애도를 표시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은 외교 문제에 있어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뚜렷한 목소리 중 하나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고 호평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는 “키신저의 타계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며 “그는 가장 소중한 오랜 친구로 중국 국민의 마음속에 항상 살아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중국 관영 CCTV가 키신저의 생애를 다룬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등 중국에서는 ‘핑퐁외교’ 주역인 키신저를 추모하는 물결이 일었다.

반면 베트남전 당시 캄보디아 비밀 폭격 주도와 남미 독재자 지원 의혹, 동티모르와 방글라데시 집단학살 방조 등으로 키신저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도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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