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이 정맥투여와 병용요법으로 반전을 노린다. 회사 측은 최근 발표된 신장암 임상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파트너사 리네제론 파마슈티컬스와 기술이전 협상도 논의 할 예정이다.
5일 신라젠에 따르면 펙사벡은 바이러스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다. 몸속에 바이러스를 투입하면 암세포에 침투해 복제와 증식을 반복하다 무력화시킨다.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던 면역세포들은 바이러스를 품은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신라젠은 천연두 백신에 사용된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재조합해 펙사벡을 개발했다. 회사는 이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고 핵이 아닌 세포질에서 증식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네제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와 병용 요법 임상 중이며, 지난달 신장암 임상 1b/2a상의 결과를 발표했다.
신라젠은 지난달 27일 4개(A~D)의 임상군 중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으로 정맥 투여 임상군(C, D)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임상은 미국, 한국, 호주 등 총 21개 임상기관에서 시작했으며 올 초 마지막 환자의 마지막 약물 투약을 완료하고 종료했다.
C군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 주사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했고 23.3%의 객관적 반응률과 25.1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이 관찰됐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맥 주사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한 D군은 17.9%의 객관적 반응률이 관측됐다. D군은 전체 28명 중 22명이 (78.6%) 이전에 세 차례 이상 약물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로 구성됐고, 5명은(17.9%) 두 차례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다.
신라젠 관계자는 “통상 암 임상에서 치료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반응률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제의 단점인 직접 투여 방식을 정맥 투여로 바꿔 개발 중이다. 항암 바이러스는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세포가 적으로 간주해 암세포에 닿기도 전에 사멸하기 때문에 종양에 직접 투여한다. 그러나 직접 투여는 의사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의료 현장에서도 선호하지 않는다. 환자는 직접 투여가 가능한 병원이나 센터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현재 판매 중인 항암바이러스제 암젠 ‘임리직’ 역시 종양에 비교적 쉽게 직접 투여 할 수 있는 피부암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신라젠은 펙사벡을 시장에서 선호하는 정맥 투여로 개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라젠 관계자는 “정맥 투여로 치료제를 전신에 퍼지게 해 항암 바이러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최근 항암제 트렌드인 병용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파트너사 리제네론과 라이선스 아웃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논의할 계획이다. 양사는 2017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 승인 이후 미국, 한국, 호주 등에서 임상을 진행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기술이전 논의는 당연한 수순이다. 리제네론의 리브카요는 적응증도 적고 면역치료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낮다”며 “다른 약물과 병용 임상으로 적응증을 확보하고 점유율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번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만큼 협상 테이블이 곧 차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