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손실 우려도 커졌다. 특히, 내년 만기를 앞둔 투자자들은 ELS 중도해지와 만기상환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가입자는 중도해지를 통해 손실을 확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한다면 만기시점 보유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H지수 1개만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국내지수형 ELS(공모형)는 30개다. 이 가운데 내년 만기되는 종목 13개 중 5개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모두 내년 상반기 만기 상품이다. 혼합형과 사모형 ELS까지 확장하면 위험구간에 노출된 상품은 더 많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된다. 그러나 해당 지수가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경우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하락장에서는 만기가 돼도 원금손실 우려가 크다.
다만, ELS 계약만기일 전까지 지수에 따라 손실 비율이 달라져 만회 가능성도 있다. 기초자산을 여러 개 묶는 혼합형의 경우 함께 묶인 종목, 글로벌 주요지수에 따라 손실률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혼합형이 아닌 지수형 중 H지수를 단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H지수가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H지수 ELS 총 발행잔액은 20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은행 판매분 15조8000억 원 가운데, 8조3000억 원이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 현재 H지수 감안시 3조~4조 원의 손실발생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내년 1분기 2조5030억 원, 2분기 3조3080억 원 등 상반기에만 5조800억 원 규모의 H지수 ELS 투자원금 손실 가능성이 추산된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중 2020년 4분기까지 발행된 ELS는 대부분 조기상환됐지만, 2021년 1월부터 발행된 금액은 대부분 조기 상환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ELS 상품 만기가 도래한다면 시장 반등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손실을 확정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시점에서 단기간 내 시장이 급등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일반적인 ELS 수익구조가 3년을 만기로 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3년 내 고점 대비 현재 H지수는 약 53% 하락한 상황이다. H지수 ELS 미상환잔액의 녹인레벨은 주로 50% 또는 65%다. 만기시점에 주가지수가 65% 이상일 경우 원금과 이자를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H지수가 7949포인트까지 상승해야 한다. 현재 H지수는 5600포인트대다. H지수가 한 두달 사이에 약 40% 상승해야 한다는 얘기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년 내 H지수의 최고점인 2021년 2월 17일을 기준으로 하는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가 도래하는 2.5개월 이내에 H지수가 39.4% 상승해야 한다”며 “2000년 이후 H지수가 2.5개월 기간 수익률이 39.4% 이상이었던 기간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인지 유안타증권은 “내년 1월부터 미상환 잔액 만기 상환에 들어가는데, 연초에는 홍콩 H가 8000포인트를 상회해야 대부분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며 “현재 홍콩 H지수의 흐름상 내년 초 8000포인트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ELS 시장 위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현시점에서 단기간 내 시장이 급등하기 위해서는 밸류에이션 팽창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본토 증시와 달리 홍콩 증시는 미국 금리, 외국인 수급 등 대외적 변수 영향도 크기 때문에 만기상환 시점까지 원금보장 조건을 달성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ELS 상품이 내년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한다면 만기 시점 보유 전략이 확률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고점 대비 6개월 지난 2021년 8월 17일 종가지수의 65% 수준은 5888포인트로 현 주가지수 수준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