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최대주주 변경…횡령‧배임 상장 폐지도
바이오산업의 태동을 이끈 1세대 바이오 기업이 시련을 겪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다 기업을 매각하거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상장 폐지되거나 폐지 위기를 겪는 곳도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은 약 1000여 개다. 1992년 국내 바이오벤처 1호 바이오니아 설립 후 수많은 기업들이 흥망성쇠 했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여전히 벤처 수준의 기업이 많고 자금을 조달하느라 연구개발은 뒷전인 곳도 허다하다.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 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조달한다. 투자를 받거나 국가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는다.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얻기도 한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을 이끈 1세대 기업이라도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위기를 피하긴 어렵다.
헬릭스미스와 파멥신이 대표적이다. 헬릭스미스는 1996년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가 설립한 유전자 치료제 기업이다.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주목받고, 유전자 치료제로 임상에 진입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력 파이프라인인 엔젠시스의 임상 3상 실패 후 난항을 겪었다. 이후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로 자금이 필요했다.
결국 2022년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제3자배정 대상자로 총 3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최대주주를 내줬다. 그러나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상증자 납입을 차일피일 미뤘고,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과 분쟁이 발생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바이오솔루션과 총 365억 원의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며 1년 만에 최대주주가 다시 바뀌었다.
2008년 설립된 항체 치료제 기업 파멥신도 표류 끝에 최근 새 주인을 찾았다. 5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자를 타이어뱅크 외 13인으로 변경하면서다. 타이어뱅크 외 13인은 지분율 13.31%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파멥신은 지난해 6월 경영정상화와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투자조합인 파멥신다이아몬드클럽동반성장에쿼티 제1호(파멥신다이아에쿼티)와 300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증을 결정하며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증 대금 납입일이 지연되다 철회했다. 이후 유콘파트너스, 히어로벤처스 아시아, 최승환 씨와 에이치피바이오를 거쳐 결국 타이어뱅크 품에 안겼다.
이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現 CG인바이츠), 제넨바이오, 휴마시스 등 1세대 바이오기업도 창업주가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 자금을 마련한 기업들이다.
횡령과 배임으로 상장 폐지되거나 폐지 위기까지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상장 폐지된 알앤엘바이오가 해당된다.
이 회사는 라정찬 전(前) 네이처셀 대표가 2001년 설립한 줄기세포 치료제 기업이다. 2005년 상장 후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매, 난치병 등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줄기세포 추출 배양 행위의 적법성과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 적정성 등의 문제로 상장 폐지됐다. 알앤엘바이오는 바이오업계에서 상장 폐지된 마지막 기업으로 남아있다.
신라젠은 상장 폐지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의 배임‧횡령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개선기간(1년)-상장폐지-개선기간(6개월)을 반복하며 2년 넘게 거래가 멈췄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개선 과제를 이행한 끝에 2022년 10월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재개 후에는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 병용요법의 임상 1b/2a상 마쳤고,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거래 재개 이후 기술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2022년 간담회서 발표한 약속을 모두 지켰다. 앞으로도 새로운 파이프라인이나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회사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