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증가, 신용창출 영향 커…회사채 금리 부담으로 대출 택해
부동산 투자 대신 단기자금 운용·경상수지 흑자 전환도 일부 영향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통화승수(본원통화 대비 M2 통화량)는 15.1배로 집계됐다. 2020년 5월 15배를 기록한 이후 줄곧 14배 수준에서 머물다가 3년여 만에 다시 15배로 증가한 것이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1원(본원통화)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광의통화, M2)이 몇 배 늘었는지, 즉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 나타내는 지표다. 통화승수가 15.1배로 나왔다는 의미는 한은이 100만 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1510만 원으로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통화승수는 금융기관의 신용창출이 얼마나 원활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 통화승수가 상승하면 신용이 완화되거나 금융중개기능이 활발하다는 것으로, 반대로 하락하면 신용경색이나 금융중개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각각 해석한다.
한은은 통화승수가 상승한 주요 배경으로 기업대출을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회사채 발행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이 직접금융조달보다 대출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은 1875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산업별대출금은 가계대출을 제외한 부문의 대출금으로 기업대출 비중이 크다. 작년 4분기 수치는 3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기관의 범위를 은행으로 좁히면 작년 말 잔액은 1247조7000억 원이다. 작년 12월에 5조9000억 원 감소했지만 1~11월동안 83조4000억 원 늘며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한은은 통화승수 상승 배경으로 부동산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시중에 머물면서 단기 상품으로 집중된 것,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 역시 통화승수 상승을 견인했다. 작년 11월(잠정치) 기준 M2(계절조정계열)는 35조3000억 원(0.9%) 증가한 3894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M2에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이 단기성 상품이 포함돼 있다.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40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가계신용을 늘리기보다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요인이 컸던 상황”이라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고 은행에 머물면서 단기로 운용된 것도 (통화승수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는 통화량 증가에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실제 어느 정도 크기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