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씨(45)는 매일 운동하며 식단을 관리하고 건강기능식품도 챙기는 등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 건강만큼은 젊은 층에 견줄 만큼 자신했다. 하지만 어느 날 길을 걷다 갑자기 쓰러진 그는 병원에 이송돼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평소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느끼지 못했기에 더 뜻밖이었다.
뇌혈관 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5위에 달할 정도로 발병 빈도와 위험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뇌동맥류가 치명적이다. 문제는 뇌동맥류를 제대로 인지하거나 본인이 앓고 있음을 알고 있는 이가 적다는 것이다.
뇌동맥류의 유병률은 2~4% 수준이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9만8116명에서 2022년 16만5194명으로 68% 늘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혈관 일부가 약해지고 결손이 생겨 해당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 후천성이다. 건강한 이들에게도 종종 나타나며, 고혈압, 유전성 질환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좀 더 높다. 혈관이 약해지면 나타나기 쉬운 만큼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번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심각한 통증을 느낀다. 생전 처음 겪는 수준의 극심한 두통이 대표적 증상이다. 여기 구역, 구토가 나타나며 경련, 발작, 갑작스러운 의식저하, 심정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감기처럼 가벼운 두통 같은 증상이 수일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뇌동맥류는 파열 전 뚜렷한 증상이 없어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뇌동맥류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면 주변 조직을 압박해 신경마비나 두통, 감각저하 및 근력저하, 안면마비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뇌동맥류를 미리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생명에 매우 치명적이다. 전조나 증상이 없다가도, 파열 현상이 갑작스레 나타나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뇌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사망률은 25%에서 최대 50%에 이르며, 환자 100명 중 15명이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뇌동맥류는 정기적인 뇌 검사를 통해 미리 발견할 수 있다. 고혈압, 나이, 음주, 흡연, 가족력 등 우려되는 사항이 있으면 자기공명영상법(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뇌동맥류는 확인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 파열되기 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특히 평소 잦은 어지럼증과 두통을 겪고, 고혈압을 앓는다면 뇌혈관 검사를 진행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뇌동맥류 질환의 예후는 파열 및 출혈로 인한 뇌 손상의 심각성에 달린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응급실에 가야 한다”라면서 “자연호전을 기다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약물 복용,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