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은 해외에 계신 분이 가슴에 멍울이 잡힌다고 문의해 왔다. 조직검사비가 200만 원이 넘고 그마저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속히 한국에 들어오라고 하고, 오자마자 조직 검사를 했다. 검사비는 6만7300원이었다. 결과는 유방암이었고 해 오던 절차대로 대학병원에 의뢰했다. 그분 역시 해외에서 들어온 지 한 달이 되기 전에 수술을 받았다.
이제까지 나는 이 속도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이 속도에는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숨어있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대학병원 어딘가에서는 그 속도를 내려고 죽어라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된다. 낮은 의료수가에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수술이 이뤄진다면 병원은 어떻게든 인건비를 줄여야 하고 환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 속도는 자랑할 것이 못 되는 것이었다. 기형적 의료시스템 속에서 의료인들을 쥐어짜내 만든 속도다. 이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한, 주당 80에서 100시간 최저시급 가까이 받으며 일하는 전공의들의 삶은 변화가 없을 것이고, 대학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는 계속될 것이다. 필수의료를 하겠다고 수련받은 전공의들이 막상 전문의가 되었을 때 맞닥뜨리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의료 수가는 그들을 비필수 의료 영역으로 발길을 돌리게 할 것이다. 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