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유일링 “고 유일한 박사 정신 중요”

입력 2024-03-15 13:30 수정 2024-03-1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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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주 “창립 정신 흔들린다” 반발…이정희 의장 “회장 안 한다” 단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오른쪽)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오른쪽)가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유한양행이 28년 만에 회장직을 부활시켰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조부의 정신을 이어나갈 것을 재차 당부했다.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내용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통과됐다.

이날 주총은 주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앞서 회장직 신설을 두고 경영진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회사 앞에는 ‘유한양행을 정상화하라’라는 트럭시위도 벌어졌다.

그간 유한양행에서 회장에 올랐던 사람은 회사를 세운 고(故) 유일한 박사와 최측근 연만희 고문 2명뿐이었다. 연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1996년 이후 회장직에 오른 이는 없다. 유한양행 창립부터 회장 직제와 관련한 내용이 정관에 있었지만, 2009년에 정관에서 삭제됐다.

유일한 박사의 하나뿐인 직계 후손인 유 이사는 주총장에 들어가기 전 “할아버지의 정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유한양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저 회사와 할아버지의 정신을 관찰하고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아무 것도 방해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아무 말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이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유한양행)

주총에 나선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연구개발(R&D) 분야에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신설에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지 않음을 명예를 걸고 말하겠다”라면서 “현재 사장이 2명, 부사장이 6명이다. 글로벌 시장에 나가기 위해선 정관 변경을 하는 게 낫겠다는 법무법인의 컨설팅이 있었다. 회사를 사유화하고자 하는 목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논쟁이 이어졌다. 한 소액주주는 “조직을 확대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 신속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선 조직을 더 단순화해야 한다. 회장직을 신설하는 것은 더 무겁고 관료적으로 하는 모양새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고, 다른 주주는 “굳이 정관을 개정하면서까지 회장직을 신설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주주인 유한재단과 사전에 협의·조율 과정을 거쳤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회장직 신설에 찬성하는 소액주주들도 있었다. 유한양행에 44년을 근무했던 김인수 유우회(유한양행 OB모임) 회장은 “왜 오너가 없는 국민 기업이 회장직을 도입하느냔 질문이 유우회에서도 많이 나왔다. 아마 유한인들은 대기업이나 과거 일반 회사들의 회장이나 고문, 그런 인사전행, 장기집권, 횡포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며 “1981년 입사 당시 매출액이 380억, 관계사가 3개에 불과했다. 2024년 매출계획을 보니 2조1000억 원에 계열사가 18개로 늘었다. 현시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가기 위해선 직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회장, 부회장에 선임되도록 가칭 선임추천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한 주주는 유 이사의 입장을 물어보기도 했다. 유 이사는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 한 가지다. 유일한 박사의 뜻과 정신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침이라는 것”이라며 회장 직제 신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찬성과 반대의 갑론을박이 1시간 남짓 진행됐지만,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 출석한 주주 중 95%가 찬성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을 떠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추측에 휩싸였던 이정희 의장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주총장을 떠나던 이 의장에게 취재진이 회장직에 올라설 것이냐고 묻자 “안 한다. 절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 조욱제(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선임의 건 △사내이사 김열홍(유한양행 R&D총괄 사장) 선임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이정희(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선임의 건 △사외이사 신영재(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선임의 건 등도 통과됐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 450원, 우선주 460원의 현금배당(총 321억 원)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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