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화이트칼라 면제制’ 도입해야

입력 2024-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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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직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2800만 명 중 관리직은 1.6%(43만 명), 전문직은 21%(588만 명), 사무직은 17.3%(485만 명)의 비중으로 화이트칼라 직종이 전체 취업자의 40%, 1116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I T 등 지식정보산업의 발전 및 산업체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해마다 화이트칼라 비중은 증가되고 있다.

블루칼라로 분류되는 생산직, 판매직, 서비스직의 경우 업무수행 방식이 대부분 정해져 있어 근로시간의 길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반면 관리직, 전문직,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는 본인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수행 방식, 업무완료 여부, 근로시간의 배분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단지 사무실에 체류한 근로시간, 또는 PC 사용시간을 측정하여 연장근로수당 등을 지급하는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관리·전문직 근로시간 제외기준 분명히

이에 선진국들은 화이트칼라 직종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제도(White-collar Exemption)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연방공정근로기준법은 ①관리직, ②행정직, ③전문직, ④컴퓨터직, ⑤외근 영업직 직종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소득을 올리고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법률상 근로시간 규정 자체를 적용하지 않고 연장수당 지급 의무도 면제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19년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하여 전문지식을 가진 금융상품개발자, 컨설턴트, 연구개발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의 직종에 있어 연간수입이 1075만 엔이 넘는 경우 연장근로수당 등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및 시행령 제34조에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적 규정은 되어 있다.

그러나 법령상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없고 분쟁발생 시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인정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현실에서는 활용이 매우 드물고 오히려 관련 법적 분쟁만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최근 경험한 분쟁을 보더라도 근태관리를 하는 팀장이 본인의 출퇴근기록은 하지 않은 채 PC접속 기록만으로 수천만 원의 연장수당을 청구하고, 전무직급의 비등기 임원이 출퇴근 지문기록을 근거로 거액의 연장수당을 청구하는 사례이다.

대법원은 ‘관리·감독직 근로자’를 “회사의 감독이나 관리의 지위에 서 있는 자로서 기업 경영자와 일체를 이루는 입장에 있고 자신의 근로시간에 대한 자유재량권을 가지고 있어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무시간, 휴게와 휴일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자”(대판 1989.2.28. 선고88다카2974)로 판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조건의 결정 기타 노무관리에 있어서 경영자와 일체적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사업장의 노무관리방침의 결정에 참여하거나 노무관리상의 지휘·감독 권한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 출·퇴근 등에 있어서 엄격한 제한을 받는지 여부, 그 지위에 따른 특별수당을 받고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근로개선정책과-41, 2011.3.3. 등 참조)고 하고 있다.

모호한 적용기준 구체화, 법적 분쟁 대비를

이와 같이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기업은 관리·감독직 근로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혹여 법적 분쟁 시 패소할 것을 우려하여 포괄임금제 등의 형식으로 임금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근로시간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관리·감독직 근로자에게도 출퇴근시각 기록관리 등을 의무화하는 경향이 있는 바, 이는 산업의 변화 및 기업현실에 역행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제도와 같은 근로시간 제외 규정을 입법하거나, 이미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관리·감독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 적용 기준을 기업 현실에 맞게 정립하는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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