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여권 지수 상대적으로 높아
2020년 11위 한국, 올해 32위로↓
올해 전 세계에서 여권 파워가 가장 센 나라로 스위스가 꼽혔다. 반면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2017년래 8년 만에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13일 노마드캐피탈리스트 등 국제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여권의 파워가 '2024 노마드여권지수(2024 Nomad Passport Index)'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대한민국 여권은 2021년을 정점으로 하락 전환, 올해 32위에 머물렀다.
여권 지수란 특정 국가의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해외에서 얼마만큼 자유롭게 이동하고 손쉽게 출입국 비자를 받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예컨대 무비자 대상국이 많고 도착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면 지표와 순위가 상승한다.
여권 지수 상위 그룹은 스위스를 포함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ㆍ핀란드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꿰찼다.
다만 여권지수가 반드시 국가의 부와 국력, 즉 강대국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44위)과 일본(38위)ㆍ중국(120위) 여권지수 모두 우리나라(32위)와 비교해 한참 뒤처져 있다. 이들의 여권 순위가 하락한 것은 글로벌 진영논리가 뚜렷해진 탓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주요 국가가 진영에 따라 갈라지면서 최근 순위는 요동쳤다.
반면 북유럽 대부분은 군사동맹을 거부한 중립국이 많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주의를 표방하다 보니 이들의 여권 파워가 상대적으로 높다.
노마드 지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권지수는 2020년 이후 하락 중이다.
2017년 29위에 오른 대한민국 여권은 이듬해(2018년) 21위로 상승했다. 뒤이어 2019년 16위를 거쳐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11위까지 올랐다.
2021년 12월, 차세대 전자여권이 도입되면서 2021년과 2022년 각각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자 발급과 관련해 투명성과 객관성이 더욱 커진 것도 이때다.
반면 2023년부터 하락 전환해 21위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32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조사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최하위다.
전자여권의 도입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가 늘어난 반면, 과세제도와 여행자유도(언론의 자유) 등에서 점수를 잃어 순위가 내려앉았다고 노마드 캐피털리스트는 분석했다.
여권지수는 주로 국제교류 및 국제관계 컨설팅 업체에서 내놓는다. 2006년에 나온 헨리여권지수가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노마드캐피털리스트가 내놓은 노마드 여권지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헨지리수는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국가로 순위를 정한다. 노마드 여권지수는 여기에 △과세 △이중국적 △국가인지도 △여행자유지수 등을 포함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글로벌 여행정보 자료도 기준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별 세제 비율과 세계행복지수ㆍ언론자유도 등을 고려해 점수를 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권 지수도 제각각이다. 노마드 여권지수에서 32위로 내려앉은 대한민국 여권은 무비자 입국가능 국가를 기준으로 한 헨리지수에서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