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금융당국은 현재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비교했을 때 연체율 증가 속도와 증가 폭 등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또한 향후 PF 대출 사업장 재구조화, 정상화 계획 등을 발표하고 금융사엔 손실 흡수능력을 더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등 부동산 PF 연착륙에 집중하고 있어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 경영지표 추이를 보아 앞으로 저축은행의 경영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금리 수준이 급등하였다가 이후 물가가 하락하면서 금리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수신 금리는 하락하였지만, 여신금리는 여전히 높게 형성된 수준에서 머물면서 예대금리 차이가 2020년 1월 6.79%에서 2023년 3월 8.70%로 크게 확대되었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영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저축은행의 여·수신 영업력이 약화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던 저축은행의 여·수신이 2023년부터 최근까지 10~12%p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들어서 수신이 매우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만일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와 같이 향후 PF 자산을 KAMCO 등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저축은행의 수익 창출 능력이 가파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셋째, 영업수지가 적자로 급반전되고 있다. 한동안 큰 폭의 흑자를 보였던 영업이익이 2023년 들어 큰 폭의 적자로 반전되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에 나온 2023년 저축은행의 영업손실은 7000억 원 이상이다. 이자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자 비용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자수익이 큰 폭 감소하고, 미래를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도 높였기 때문이다. 2023년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일시에 깊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더더욱 현재의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안심하기 어렵다. 경기회복 둔화, 부동산 경기침체 등 저축은행의 주변 여건이 상당 기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분양 주택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저축은행의 PF 부실 사태는 이른 시일 내에 멈추기는 힘들 수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확대 추이를 볼 때 그대로 둔다면 악성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가 빠른 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2024년 경영지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여건 악화 속에서 금융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부실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그 위기감이 저축은행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면서 은행권 등에서도 조기 자금상환 압력이 거세지면 금융시장 전체에 큰 혼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 위기가 새마을금고, 캐피털 등 제2금융권 전체 위기로 확산하면서 다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다가 1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이대로 가다간 1년 후에는 큰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저축은행발 금융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고,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우발채무 가능성이 높은 부실채권의 정리, 저축은행 모기업의 충분한 자금확충 등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 기회에 저축은행의 탄생 목적에 맞게끔 금융산업 내 저축은행의 역할 방향도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