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관람 환경에 큰 변곡점…새로운 수익 구조 탄생할 수도
장애인, 외국인 관광객, 다문화 가정 등 영화 관람 소외 계층을 위한 '스마트글라스(Smart-glasses)'가 이르면 올 상반기에 도입될 전망이다.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영화진흥위원회는 '2024년 제5차 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추진 방향을 밝혔다.
영진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민간에서 많이 개발된 장비들이 있는데, 그중 어떤 장비가 가장 최적의 장비인지를 장애인 관람 환경 개선 협의체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하고 있는 장비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글라스'"라며 "현재 미국은 모든 극장에 '스마트글라스'가 도입돼 있다. 이 외엔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6월 말이나 7월 초쯤 결정해서 전국 영화관에 점차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글라스란 눈에 착용하는 컴퓨터다. 착용자는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자신이 보고 있는 사물에 대한 정보를 렌즈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 극장용 스마트글라스에는 한글을 비롯한 다국어 자막이 디스플레이에 포함된 셈이다.
현재 영진위는 복권기금으로부터 31억5900만 원을 지원받아 '2024년 장애인을 위한 영화관 동시 관람 장비 도입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다.
'스마트글라스'가 도입되면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최신 개봉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한글자막 상영관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기가 도입되면 장애인의 영화 관람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글라스'가 도입되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가 지원돼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최신 한국영화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자식들도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형태의 관객 창출이 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적극적으로 극장을 찾게 되는 등 관람 환경이 변하면, 영화 제작ㆍ배급 단계에서도 새로운 수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가령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왔을 때, 명동을 둘러보고 주변에 있는 영화관에 가서 중국어 버전의 자막을 탑재한 스마트글라스로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형태"라며 "새로운 관객을 창출할 수 있는 형태까지도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영화관 및 장애인 단체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2016년 시ㆍ청각장애인 4명이 "차별 없이 영화를 보게 해달라"며 주요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현재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 놓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영화관 사업자들은 원고(장애인)들이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 중 제작사, 배급사,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300석 이상의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에 한정했다. 또 1개 이상 상영관에서 총 상영 횟수의 '3%'만큼 상영하라는 단서를 달았다.